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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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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드리드에서 코르도바로. 25년 1월 12일 일요일 오전.

    여행의 전반부는 스페인 남부 지방을 렌트카로 도는 것으로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지칠 것을 감안하여 바쁘게 이동하는 일정을 전반에 배치하고자 했던 의도였다. 우선 마드리드에서 코르도바까지는 기차로 이동하고 코르도바에서 차를 빌리고, 코르도바는 잠깐 훑어 본 후 그라나다로 이동하여 1박을 하는 계획이었다.
    아침에 조깅을 하면서 아토차역 구조를 대충 훑어 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기차는 한산했다. 짐이 많기 때문에 1등석을 예약했으나 굳이 필요는 없었다. 우리 객차 내에는 우리 가족 외에는 4명 정도의 승객 밖에 타지 않았다. 덕분에 조용히 쉬면서 사치스럽게 코르도바로 이동했다.

    곁가지로 잠깐 스페인의 기차에 대해서 얘기하면, 몇 가지의 철도 회사가 운행하는 것 같다. Renfe, Ouigo, Iryo 정도가 운행 중이다. 세 회사 모두 우리로 치면 KTX급의 고속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예약은 Train Line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했다. 이 사이트의 장점은 철도 회사와 상관 없이 일정, 가격 조건 등을 검색할 수 있다는 점과 UI가 비교적 직관적으로 사용하기 쉽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만, 할인 조건 등이 복잡한 경우 아예 예약이 안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

    다시 여행 이야기로 돌아오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은 우리 산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올리브, 포도나무, 또는 알 수 없는 작물들이 많았다. 구릉 지형이 많은 것은 우리와 비슷했으나 대체로 들판은 넓고 산은 드물었다. 우리의 1월과 다르게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초록빛이 완연하다. 우리 봄 풍경과 비슷한 것 같았다. 무엇이든 풍족하게 자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피곤한 몸 쉬면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코르도바에 도착했다.

    사실 코르도바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차를 빌리는 일이었다. 미리 예약을 하긴 했지만, 스페인의 렌트카는 악명 높다. 스페인 뿐만 아니라 유럽의 렌트카가 대부분 그런 모양인데, 예약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번에는 심지어 렌트 회사로부터 ‘일요일에 사무실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하루 먼저 오면 안 되겠냐?’라는 메일을 받았다. 기차로 여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일정 조정 어렵다고 답장을 보내니, ‘알았다. 사무실 문은 닫지만 외주 직원을 사무실 앞에 대기 시키겠다.’ 라는 답을 받은 상태였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참으로 여유로운 비즈니스 문화이다. 아마도 비수기이고, 소도시인 코르도바에서 차를 빌리는 손님이 많지 않아, 이 날 우리가 유일한 렌트카 손님이었던 것 같다.
    렌트카 직원과 약속한 시간, 장소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그 ‘외주직원’은 정확한 시간에 나타났다. 약간은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이 ‘외주직원’은 영어를 한 마디도 알아 듣지 못했다. 손짓에 발짓에 구글 번역을 이용해서 겨우 의사 소통해서 차를 빌릴 수 있었다. 보험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운전자를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었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첫 번째 고개를 넘으니 약간의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낯선 곳에서 운전할 생각에 약간의 긴장 상태는 계속 됐다.

    빌린 차는 미리 알아 둔 주차장에 넣어 두고, 코르도바를 잠시 둘러 보기로 한다.
    원래 계획은 메스키타(Mezquita)에 입장하고 싶었었다. 아마도 메스키타가 코르도바의 대표적인 볼거리일 것이다. 메스키타는 원래 이슬람 모스크였던 것으로 카톨릭 세력이 이 도시를 재점령한 후에 카톨릭식 성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시설이다. 이슬람식의 양식을 없애지 않고 필요에 따라 증축을 해 왔기 때문에, 이슬람과 카톨릭 향취가 공존하는 유적이라고 한다.
    마침 메스키타에서 종교 행사가 예정 돼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내부 입장은 할 수 없었다. 조금 기다리면 들여다 볼 수 있었으나 초반 이동 일정이 복잡해지므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아쉽지만 메스키타는 밖에서 구경하고 코르도바 경관을 감상하고 떠나기로 했다.
     
    주차장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길거리 츄러스 가게에 들어가 봤다. 스페인에 츄로스가 유명하다는데, 알고 보니 핫초코와 같이 먹는 게 유명하다고 한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츄로스 콘 쪼꼴라떼’를 생각해 냈다. 츄로스 씬 쪼꼴라떼(Churros without chocolate) 한 입씩 물고 길거리를 여유롭게 구경했다.
    코르도바에서는 메스키타 다음으로 알카사르가 유명한 유적지이다. 따로 예약할 생각을 안 하고 알카사르 정문에 다다르니 입장 티켓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가볍게 지나치기로 한다. 여기까지 와서 줄을 서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굳이 유적 안에 들어갈 필요가 없는 날씨였다. 초봄 정도의 기온에 화창한 날씨, 낯선 풍경들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로마교를 슬렁슬렁 건너 갔다 오는 중에 거리 악사들을 조금 구경하고, 옛 도시의 골목길 기웃기웃하니 여행 좀 많이 해 본 여행자가 된 듯 하다. 오렌지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는 오렌지를 보니 마음도 상큼하다.
    식사 시간이 돼서 스페인에서 첫 스페인다운 식사를 했다. 구글맵에서 미리 찍어 둔 곳으로 갔는데 가격은 좀 비쌌지만 괜찮은 식사였다. 어느 정도의 양을 시켜야 할지, 어떤 시스템으로 굴러가는지 아직도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4명이 와서 코스대로 시키지 않더라도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소신 있게 먹고 싶은 메뉴 시키면 된다.
    아쉽지만 코르도바와는 서너 시간 둘러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길을 떠나야 한다. 낯선 나라에서 밤길 운전하는 것이 두려워 다음 숙소인 그라나다까지는 해 지기 전에 들어가고자 했기 때문이다.

    코르도바에서 그라나다로. 25년 1월 12일 일요일 오후.

    고속도로 운전은 어렵지 않았다. 구글 맵의 훌륭한 안내가 있었고 사전에 충분히 시뮬레이션을 해 봤기 때문에 그라나다 시내까지는 쉽게 도착했다. 물론 두 번 정도 경로 이탈했지만, 구글맵이 성공적으로 수습해 주었다.거의 숙소에 다 와서 문제가 생겼는데,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 숙소 위치가 너무 좋은 곳이었다는 점이다. 그라나다 구도심의 한 가운데, 누에바 광장(plaza de nueva)의 코앞에 있는 숙소였다. 이 숙소에서 보내 온 안내 메일을 받았을 때부터, 이거 길 찾기 쉽지 않겠다라는 암시를 받았었다. 구도심의 역사적 구역(historic area)이기 때문에 보통의 차량은 진입 못하지만, 숙소 투숙객은 예외적으로 허용 된다는 얘기였다. 매우 긴장하고 걱정했으므로, 나는 사전에 시뮬레이션한 대로, 차근차근 안내 메일에서 시킨 모든 절차들을 마치 코딩하듯이 짚어서 가고 있는데… 원래 현실은 시뮬레이션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바리케이트가 떡 놓여 있는 것이다. 길을 막고 있을 수 없어 한참 돌아서 다시 그 자리로 가서 차를 정차 시키고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가 당황하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어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나의 용감한 아내께서는 조수석에서 내리셔서 그 바리케이트를 치우려고 시도하셨다. 이래도 되는 걸까. 잡혀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지만, 다른 방도도 없는 것 같았다. 이 때, 아내가 하는 행동을 지켜 보던 현지 젊은이가 다가와, 오늘은 행사(?)가 있어서 못 들어간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이 친절한 그라나다 처자는 다른 길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다행인 것은 사전에 이 근처를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 두었기 때문에 대충 그림이 그려지더라는 것이다. 과연 찾아갈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결론적으로… 성공했다. 불법 좌회전 1회, 택시 버스 전용 도로 주행 등의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결국에 해냈다. 호텔 직원은, ‘미안하다. 여기 경찰들이 참 협조가 안 된다.’라는 말로 우리를 위로한 것일까 놀린 것일까?
    1시간 여 동안 내 짜증난 목소리를 들으며 시내 구경을 해야만 했던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어쨌든 차는 곱게 주차했고, 예상보다 늦었지만 그라나다 밤 거리를 구경하고자 했다.
    사실 그라나다가 유명한 것은 알람브라 궁정 때문이다. 내일은 알람브라 궁전을 관광하기로 예약이 돼 있고, 오늘 밤은 알람브라 궁전의 반대편에 있는 니콜라스 전망대를 올라가 보고자 한다. 아내의 정보력으로 쉽게 전망대 올라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전망대 올라가는 길은 매우 좁은 골목길인데, 이 길을 소형이긴 하지만 버스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전망대에서 반대편의 알람브라의 장관을 바라 보며 내일 있을 일정을 기대하게 되었다. 날씨는 조금 차가워졌지만 다니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다. 전망대를 내려와 역시 구글맵에서 찍어 둔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가 알람브라 쎄르베싸를 한 잔 하고 요기를 하고 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3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1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2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3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4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5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6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7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8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9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마무리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팁

  •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1

    7년 만에 긴 휴가를 계획하고, 우여곡절 끝에 여행지는 스페인으로 정했다.
    여행은 준비할 때 가장 기쁜 것이므로, 여행 준비의 대부분을 아내에게 맡겼다는 사실은 내가 얼마나 아내를 위하고 있는가를 입증하는 일이다. 특히 짐 챙기는 일은 대부분 아내에게 맡겼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짐은 이렇게 메모를 통해 잊지 않고 챙기고자 했다.

    인천에서 마드리드로. 25년 1월 11일 토요일 오전 11시 경.

    우리는 시골 사람들이므로 공항에 일찌감치 도착해서 공항 구경을 했다. 북적대는 면세구역 식당에서 부대끼며 밥을 먹고, 차도 마시고, 사람 구경하고 두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비행기에 올랐다. 체력이 중요한데, 너무 일찍부터 힘을 빼는 것 아닌가 싶지만, 떠나는 길이니 기분 좋다.
    무려 14시간의 비행이다. 경유 없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이다. 시차 적응을 위해서는 가능한 초반에 자고 비행 후반에는 깨어 있어야 된다고 나름 치밀하게 계산했다. 그러나 너무 많이 자버렸다. 사람이 그렇게 기계처럼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드리드 바라하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초저녁이다. 공항은 ‘생각보다’ 깨끗한 것 같다. 숙소인 아토차역까지는 버스를 타기로 한다. 아마도 공항버스 개념인 것 같다. 터미널 출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이렇게 생긴 버스 정류장에서 탑승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에 진한 키스씬을 목격하고 애써 모른척 바쁘게 갈 길을 갔다. 게다가 키스씬의 주인공 둘이 모두 턱수염이 덥수룩하다는 사실을 알아 챘다. 마드리드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잠깐 눈만 붙이고 이튿날 일찍 기차를 탈 예정이다. 조금이라도 시차 적응을 하기 위해 조금 더 안 자고 버텨 보기로 했으나, 두 청소년들은 피곤한지 초저녁부터 잠들었다. 초저녁에 깨지 않을까 걱정이다.
    걱정은 잠시 접어 두고, 어른들은 여행의 시작을 기념하러 간단히 스페인식 오믈렛에 Cerbeza(맥주)를 한 잔 한다. 스페인식 오믈렛은 계란에 으깬 감자를 반죽해서 익힌 듯하다. 딱히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마드리드의 아침. 25년 1월 12일.

    시차 적응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이튿날 새벽 3시부터 깨고 말았다. 역시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놀면 뭐하나 싶어 조깅을 하면서 동네 파악을 해보고자 했다. 지도를 보니 유튜브에서 많이 보던 마요르 광장까지 멀지 않아 보였다. 마요르 광장을 거쳐 프라도 미술관 앞을 지나 오리라 코스를 정했다. 오래된 도시라 그런지 길이 울퉁불퉁해서 달리기 적절치 않았지만 날씨는 상쾌하고 분위기는 신비롭다. 역시나 길 찾기는 소질이 없어 구글 맵의 도움을 받아 겨우 한 바퀴 돌았다.
    마요르광장이다. 여행 막바지에 돌아올 예정이므로 이 정도로만 맛을 본다.

    일요일 새벽 6시 경이지만, 마드리드 청년들의 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조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까지 한국의 청소년들은 시차 따위는 무시하고 계속 잠들어 있었다. 다음 일정인 코르도바까지는 기차로 이동한다. 낯선 곳에서 기차 여행이 기대도 되지만, 식구들과 함께 가는 길은 야릇한 책임감에 긴장이 된다. 시간에 촉박하지 않도록 서둘러 길을 나섰다. 덕분에 식구들과 함께 마드리드의 새벽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드리드의 달리기


    다음: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2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1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2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3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4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5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6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7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8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9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마무리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