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기억해 둘 것

  • 세월호 12주기 추모 라이딩 – PT 416

    세월호, 전국민의 트라우마

    세월호 참사는 전국민이 공유하는 ‘트라우마’이다. 유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희생자와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참사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에게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유가족들을 모욕했던 자들의 가슴 속에도, 그 모진 말 뒤에는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한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 단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1 (Trauma and Recovery) 첫 번째 단계는 안전의 확보, 즉 트라우마를 겪게 한 상황이 이제는 지나갔다는 확신이다. 이제는 안전하다는 보장이다. 두 번째는 기억과 충분한 애도이다.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두 단계를 지나고 나서야 세 번재 단계인 사회적 통합의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PT-416 봄날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애도하여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유가족 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가슴 속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행사이다. (PT-416)

    라이딩 준비

    2020년 이후에 해마다 4월 16일 즈음이면 많은 랜도너들이 진도에 모인다. 나 또한 참가하고 싶은 마음을 굴뚝 같았으나 해마다 다른 사정이 있어서 참가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어쩌면, 사실은,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피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올해는 큰 마음을 먹고 참가를 결심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416km 달리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뜻 깊은 행사에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장거리 위주로 준비했다. 200km, 300km 한 차례씩 경험하면서, 엉겹결에 랜도너스 데뷔를 하게 됐다. 본 행사에서 민폐 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준비 과정에서 연비5등급2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연비는 어느새 든든한 동생이 되어 있었다.
    이 행사는 오동도님께서 주관하신다. (PT-416의 저자로 돼 있으시다.) 몇 달 전부터 단체 채팅방에서 꼼꼼하게 준비를 해 주셨다. 말 그대로, 건강한 몸과 마음가짐만 있으면 될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를 해 주셨다. 감동적이었다.

    4월 17일 23시 30분. 반포에서 대절 버스를 타고 진도로 출발하였다. 걱정과는 달리 버스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일기 예보 상으로 비는 곧 그칠 것이라고 되어 있었으나 조금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건 잠시 잊고 풍성하고 화려한 진도의 아침상을 정신 없이 먹어 치웠다. 앞으로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먹는 일에 모두가 최선을 다 한다. 이미 수 차례 경험해 보신 선배들께서 식당도 다 예약해 주시고, 물건 보낼 택배까지 준비해 두셨다. 그저 몸만 얹어 가는 기분이라 황송할 따름이다.

    기다림의 등대

    정식 출발점은 팽목항 기다림의 등대이다. 등대 주변은 참사를 추모하는 조형물들로 꾸며져 있었다. 새벽녘에 낮게 깔린 회색 구름과 대조가 되어, 때 묻은 노란 리본들은 더욱 처연해 보였다. 벌써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눈물이 날 것만 같다. 그에 비해 일행들의 분위기는 다소 떠들썩했다. 나처럼 첫 참가하는 사람들의 감회와는 다를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해마다 기억하면서 익숙해지는 것이 떠난 사람을 보내는 우리들의 방식이 아닐까 한다.

    진도에서 영암 삼호읍

    오동도님의 모두 발언에 이어 각자 간단히 소개를 한 후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흐린 날씨에 선뜻하긴 해도 다행히 비는 그쳤다. 이 정도 날씨면 축복이다.
    일단 출발을 하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자전거에는 여러가지 매력이 있지만, 머리를 비울 수 있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겠다.

    역시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사진이다. 자세히 보면 자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초반의 업힐을 넘어 진도를 빠져나간다. 그 사이 몸이 뜨거워지고 그 사이에 기온도 많이 올라갔다. 몇 그룹으로 나눠졌다 붙었다 하며 한참을 달려 진도를 빠져나가고 해남을 살짝 스쳐 영암군 삼호읍에 도착했다.


    여기서 첫 번째 보급을 했다. 오전 아홉시. 갑자기 변한 기온에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 입기에 바쁘다. 아직 갈 길이 멀기에 잠깐 보급 후 출발한다.

    함평 한우 육회 거리

    속도가 빠른 그룹 (봄날3형님 그룹)과 우리 그룹은 자연스럽게 찢어졌고, 우리 뒤에도 몇 그룹으로 쪼개져서 달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초가을처럼 쾌청해졌다. 파릇하게 올라온 풍경들 즐기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함평에 들어섰다.
    함평은 말로만 듣고 가본 기억은 없는 우리 엄니 고향이다. 엄니 살아실 제 못 와 보고 이렇게 와 보게 되는구나.
    함평 한우 거리(?)에서 점심을 하였다. 역시 경험 많으신 선배들이 이미 알아봐 두신 식당이었다. 육회 비빔밥에 곁들여 나온 국물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선지가 일품이었다.

    도싸 안양 일행은 모두 일곱명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젊은 청년 한 분과 같은 그룹을 짓게 되었고, 식사도 같이하게 되었다. 키가 190 가까이 돼 보이는 훤칠한 청년이었다. (죄송합니다. 닉네임이 기억이 안 납니다.)
    자덕들 치고는 먹는 양이 많지 않았다. (한우 육회 비빔밥 곱배기 한 그릇만 먹었다.) 조금만 더 가면 스페셜 보급이 있으니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한다.

    고창 스페셜 보급

    든든하게 먹고 나오니 선두 그룹은 이미 출발한 후다. 우리는 어찌어찌 밍기적거리다 보니 출발이 늦어졌고, 도싸 안양 일곱명과 비빔밥 청년까지 8명이 한 그룹이 되었다. 비빔밥 청년이 ‘신세 좀 지겠습니다.’라고 한다. 인사성도 밝은 청년이다.
    한참을 8명이 한 팩으로 달렸다. 우리의 쇼사마4가 조금 페이스를 올리는 것 같다. 비빔밥 청년은 어색해서인지 후미에서 달리고 있었고 그 앞에 내가 있었다. 쇼사마 페이스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뒤를 돌아 보니 청년이 보이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챙겨주기 힘들 것 같았다. 이후로 일정 내내 이 때 버린 게 마음에 걸렸지만, 어쩌겠는가…
    조금 가다 보니 고창군 대산면 표지판이 나타났다. 함평은 엄니 고향이고 대산은 우리 본가이다. 지금이야 친척들도 몇 안 남아 있지만, 엄니와 할머니 누워 계신 산소가 있는 곳이다. 작년 추석에 오고 한번 못 와 봤는데 이렇게 휭 하니 지나간다. 엄니 좀 있다 오겠습니다. 불효자 오늘은 못 뵙고 갑니다.
    조금 더 지나 허기가 느껴질만 하니, 예고한 대로 스페셜 보급지가 나타났다. 고창의 랜도너 노드바님과 우디님께서 준비해 주신 거라고 한다. (나는 랜도 초보라 두 분 다 초면이다.) 특히 우디님은 댁이 정읍인데, 우리 일행을 위해 고창까지 와서 도와주셨다고 한다. 아름다운 마음씨다. 좋은 취지의 행사라고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까지 황송한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자덕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이 있었다. 물, 탄수화물, 황도 통조림, 각종 약에 썬크림까지!
    열심히 먹느라 잊고 있었던 육회 비빔밥 청년도 이윽고 도착하고 후미에 있던 분들까지 도착하여 모두가 스페셜 보급을 즐길 수 있었다. 너무 많이 준비해 주셔서 뒷주머니 한가득 먹을 것 쑤셔 넣고 든든하게 아직 남은 먼 길을 서둘러 본다.

    군산 짜장면


    고창을 지나면 부안, 김제를 거치게 된다.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자덕들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너른 평지 달리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 때가 있다. 지루하기도 할 뿐 아니라 업힐이랄 게 좀 있어야 페이스 조절도 하는데, 그런 게 없다. 게다가 시골이라 신호도 거의 없어 무념 무상 달리는 것이다. 이미 150km 넘게 달린 후인데다 팩의 페이스도 빨라지는 것 같다. 자덕들의 본능인 모양이다. 순위 경쟁도 아니고, 다들 무사히 제한 시간 안에만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출발했음에도, 경쟁심이 생기는 것이다. 선두가 바뀌니 페이스가 더 빨리진다. 후미에서 힘들어 하며 신음 소리를 낼 즈음 군산의 보급지에 도착했다. 보급은 짜장면에 탕수육.
    후루룩 저녁 식사하며 이제 야간 라이딩을 대비한다. 이 때 이미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는 오후 6시가 되었다. 전조등과 후미등 점검하고, 바람막이 꺼내 입고서 다시 길을 재촉한다.

    전설의 백마 싸이클링

    출발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금세 해가 저문다. 어두워지는 시골길을 열심히 달려 익산, 웅포를 지나 금강을 건너간다. 작년에 철인 3종에서 물 먹었던 바로 그 웅포를 지나쳐 간다. 김제를 달릴 때와는 달리 거의 낙타등 구간이다. 사람이란 간사한 것이 평지보다 역시 낙타등이 힘들다고 느낀다. 해는 완전히 저물어 부여 어디 쯤의 편의점에서 간단히 보급을 했다. 이 때 꾸숑 형님께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바로 근처에 사시는 형님의 동아리 선배가 우리가 이 곳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먹을 거리를 준비해 주신다는 것이다. 원래 랜도너스 규정 상 외부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되는 것이지만, 특별히 회장님께 컨택하여 허락을 받았다.
    편의점을 지나 한참 달리다 보니 멀리서 휴대전화 라이트를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바로 꾸숑 형님의 형님 (더블 형님?)이 준비하신 특별 보급지였다.

    제철을 맞은 딸기와 각종 탄수화물들 그리고 물 보급을 즐길 수 있었다. 사전에 연락이 없었는데, 당일날 우리 일행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준비해 주신 것이다. 고마운 마음에 달디 단 딸기를 맛 보았다.

    이 형님이 바로 전설의 백마 회장님이시다. 꾸숑 형님의 대학 동아리인 백마 사이클링은 이전부터 익히 들어왔던 바이다. 그러니까 무려 30년 넘은 인연이다. 젊었을 때부터 자전거를 즐겨 오셨다는 것도 부럽고 지금까지도 그 동아리 OB들과 끈끈하게 모임을 이어오고 계시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 제이슨 선생님께서는 그래블 바이크를 끌고 오시는 바람에 가장 늦게 도착하셨다. 제일 늦게 도착한 제이슨은 도착하자 마자 이 보호수에 감탄한다. 조금 부끄럽다. 먹성 좋은 우리가 먹느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나무의 수령이 320세, 제이슨의 코라 번호와 같은 것을 알아채고 사소한 우연에 놀랐다. ‘이게 내 나무야?’라는 제이슨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그러고 보니 이 나무, 신령스러워 보인다. 마음으로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오려는, 우리 라이딩을 지켜주고 있는 것 같다.

    백제CC 업힐을 넘어 청양까지

    든든하게 먹고 이제 청양까지 어둠을 헤치고 넘어가야 한다. 백마 특별 보급 덕분에 흩어졌던 그룹들은 거의 같이 출발할 수 있었다.
    도싸안양 일행을 비롯한 몇몇은 청양에서 숙박을 하기로 하였다. 더러는 몇십 km 더 가서 예산이나 서래원으로 가서 숙박하기도 하고 더러는 밤새 라이딩하는 분들도 계셨다. 지칠대로 지친 나는 내일 힘들더라도 오늘은 이만 쉬고 싶었다. 청양에 숙소를 잡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청양까지 가기 전에 꽤 높은 업힐을 넘어가야 했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높은 업힐일 것이다. 고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꽤 길었다. 7km 정도는 됐던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다.) 역시… 자덕들이란… 업힐이 나오니 다들 경쟁이라도 하는 듯 하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경사가 좀 급해질 때마다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면 드륵드륵 소리가 나는 것이다. 아무래도 타이어 공기압이 빠진 것 같았다. 업힐에서 멈추기는 어려우니 일단 정상까지 가보기로 했다. 정상에 꾸역꾸역 도착하고 나서야 확인을 해 보니 역시 공기압이 빠져있다. 느낌상으로는 20 psi 도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었다.

    이 어둠에 9시 넘은 시간에 튜브를 교체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실펑크인 것 같고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일단 바람을 채우고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운힐 내내 불안한 마음에 조마조마했다. 숙소까지 별 탈 없이 도착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일단은 지쳤으니 치킨에 맥주 먹고 나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쇼사마와 연비가, 업힐 정상에서 미리 전화로 주문해 둔 치킨과 생맥주를 배달해 왔다. 세 마리를 어떻게 다 먹냐고 너무 많다고 하던 사람들 무색하게, 통닭 세 마리 다 먹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맥주 더 하고 싶은 생각 참고 서둘러 내일을 생각해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아산, 청북을 거쳐 익숙한 길

    이튿날 새벽 4시에 기상, 4시 45분에 출발하였다. 어제 맥주를 더 하지 않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졸음을 견디기 힘들었다. 나중에 로그를 확인해 보니 우리가 잠든 사이에 한숨도 자지 않고 천천히 진행한 랜도너들이 있었다. 존경스럽다.
    오늘은 120km 정도만 가면 된다. 평소에는 가볍게 다니는 거리이지만 다리가 무겁다. 두 번의 편의점 보급을 하고 나니 익숙한 곳들이 보였다. 도싸 안양의 훈련지들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두 번의 보급에 시간이 지체되었는지 제한시간까지 조금 빠듯하다. 5 쇼사마가 서둘러 페이스를 올리려고 하고 있었다. 이 때 나즈막한 업힐 정상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일행 중 한 명이 올라오지를 못하고 있다. 알고 보니 업힐 초입에서 펑크가 난 것이다. 순간적으로나마 갈등에 놓이게 되었다. 아직 못 올라오고 있는 일행을 버리고 나머지 사람들이라도 제한시간 안에 마칠 것이냐, 뒤쳐진 일행 기다려서 아름답게 진행하다가 모두가 인증 받지 못할 위험에 놓이느냐의 갈등이었다. 사실 별로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 행사의 의미를 보면 인증을 받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당연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함께 가는 것이 맞는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한 3초 정도 갈등했던 것을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일행 중에 있던 빡셈께서 서둘러 펑크를 해결하고 다 같이 아름답게 출발했다. 이제부터는 타임어택 모두가 될 것 같은 예감이었다.

    “펑크는 빡셈이 떼우고, 시간은 쇼사마가 떼우겠네요.”
    우헤헤가 말했다.
    이 때부터 타임어택 모드로 단원고 기억교실까지 달렸다. 서두르다가 허둥지둥하고 약간은 위험한 상황도 있었지만, 결과는 마감 10분 전 도착이었다. 신호 하나 잘못 받았으면 늦을 뻔 했다.
    어찌어찌 전원이 시간 안에 들어왔고 다친 사람 없으니 해피엔딩이다. 이걸 언제 가나 막막했으나, 지나고 보니 꿈결처럼 지나갔다.

    단원고 기억교실

    최후미였던 우리 그룹이 도착하자, 기억교실에서 봉사하시던 어머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단원고 아이들의 교실을 그대로 복원해 둔 공간들을 둘러 보았다. 몇 년째 같은 곳을 방문한 선배들도 울컥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다들 들키지 않으려고 조용히 눈물 훔치느라 말수가 줄었다.

    그리고 일상으로…

    마음으로라도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오자며 달려왔는데, 약간은 허탈하다.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기억하고, 서로를 위로해 보는 것일 뿐이다. 그리하여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아주 기나긴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유가족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두에 말했듯이 이것은 우리가 집단적으로 겪고 있는 트라우마이다. 애써 정성스럽게 기억하고 위로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1. 주디스 허먼에 따르면 그러하다. 내 독창적인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려는 것일 뿐이다. ↩
    2. 닉네임이다. ↩
    3. 역시 닉네임이다.  ↩
    4. 역시 닉네임이다.  이쯤 되면 어떤 분위기인지 알 것이다. ↩
    5. 랜도너스 PT 완주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제한 시간 안에 코스를 마친 것을 보고해야 한다. ↩
  • 폰지의 역사 – Bitconnect 사례

    Crypto Fraud · Deep Dive

    BitConnect 심층 분석

    2016 – 2018  ·  역사상 최대 규모 암호화폐 폰지 사기

    핵심 수치 요약

    총 피해액

    약 $24억

    피해 국가

    95개국 4,000명+

    운영 기간

    2016.02 – 2018.01

    약속 수익률

    월 최대 40%

    BCC 최고가

    $463 (2017.12)

    붕괴 후 BCC가

    $0.40 → 사실상 0

    ① 개요

    BitConnect(비트커넥트, 티커: BCC)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운영된 암호화폐 기반 고수익 투자 프로그램으로,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암호화폐 폰지 사기입니다.1 독점적인 “트레이딩 봇”으로 구동되는 대출 플랫폼을 표방하며 일일 최대 1%의 복리 수익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신규 투자자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교과서적인 폰지 구조였습니다.3

    전 세계 95개국 이상, 4,000명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약 24억 달러를 편취했으며,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사기로 기소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13

    ② 창업자 및 핵심 인물

    Satish Kumbhani 도주 중

    창업자 · 인도 구자라트 출신

    BitConnect의 실질적 설계자. 가짜 이름으로 웹사이트를 등록하고 대출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20 2022년 2월 미국에서 기소되었으나 현재까지 소재 불명 상태로 국제 도주 중입니다.12

    Glenn Arcaro 복역 완료

    미국 내 최고 프로모터

    2021년 9월 유죄 인정 후 2,400만 달러 이상의 수수료 몰수에 합의. 2022년 9월 징역 38개월 선고를 받았습니다.7

    Divyesh Darji

    인도 지역 리더

    창업자 바로 아래 직급으로 알려진 인물. 2018년 8월 인도 델리에서 체포되었습니다.1

    Carlos Matos

    투자자 · 인터넷 밈의 주인공

    2017년 파타야 콘퍼런스에서 “BitConnect!”를 열정적으로 외친 영상이 인터넷 밈으로 확산. 본인도 $25,610 손실을 입은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5

    ③ 사기 구조 및 작동 메커니즘

    01
    비트코인 → BCC 교환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BitConnect 플랫폼에 보내면, 동등한 가치의 BCC(BitConnect Coin)로 교환해 줍니다.10
    02
    대출 프로그램 참여 (락업) 교환한 BCC를 120~299일간 플랫폼에 “대출”합니다. 이 기간 동안 자금 인출이 불가능합니다.4
    03
    “트레이딩 봇”으로 일일 수익 지급 독점 트레이딩 봇이 비트코인 변동성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다고 주장. 일일 최대 1%(월 최대 40%)의 복리 수익을 약속했습니다. 실제로 이 봇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2
    04
    다단계 추천 보너스 신규 투자자를 더 많이 유치할수록 더 큰 추천 보너스를 지급하는 MLM(다단계) 구조. 참여자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핵심 엔진이었습니다.8
    실제 자금 흐름 (조사 결과) 실제로는 시장 거래가 전혀 없었습니다. 투자금은 쿰바니와 공모자들이 관리하는 디지털 지갑으로 이전되었으며, 일부는 국제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세탁되었습니다. BCC 토큰 가격도 인위적으로 조작되었습니다.57

    ④ BCC 가격 추이 — 성장에서 붕괴까지

    2016.02 ICO 직후 초기가 $0.17
    2017.06 ICO 열풍 상승기 ~$50
    2017.12 최고가 (시총 약 $25억) $463
    2018.01.17 플랫폼 폐쇄 당일 -92% 폭락
    2019.03 사실상 가치 소멸 $0.40

    출처: Wikipedia – Bitconnect1

    ⑤ 붕괴 과정

    2017년 11월 — 영국 정부가 정당성 증명을 위한 2개월 유예기간을 통보했습니다.1

    2018년 1월 3일 — 텍사스 주 증권위원회가 폰지 사기로 규정하며 영업중지(Cease & Desist) 명령을 발동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도 동일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더리움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 등 암호화폐 커뮤니티 저명인사들이 이미 사기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했습니다.7

    2018년 1월 17일 — BitConnect가 거래소 및 대출 운영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BCC 가격이 즉시 92% 폭락했습니다.1

    붕괴 직후 — 한국 프로모터가 “자살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있고, 많은 한국인들이 전 재산을 투자했다”고 경고했고, 호주 프로모터는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16

    2018년 1월 31일 — 미국 서부 켄터키 연방 지방법원이 자산동결 임시 명령을 발동했습니다.1

    ⑥ 법적 처리 및 기소 현황

    시기 기관 내용 출처
    2021.09 DOJ / SEC SEC가 BitConnect·쿰바니·아르카로를 민사 제소. 아르카로는 유죄 인정 후 $2,400만 몰수 합의 7
    2022.02 DOJ 연방대배심 쿰바니를 전신사기 공모·상품가격 조작·국제 자금세탁 등으로 기소. 최대 70년 형 해당 26
    2022.09 연방법원 아르카로 징역 38개월 선고 7
    2023 캘리포니아 법원 피해자 배상금 $1,700만 명령 (전체 피해액의 0.7%) 17
    2024.11 SEC 쿰바니 소재 여전히 불명. 여러 외국 규제당국에 협조 요청 중 12
    2025.02 인도 조세청 (ED) 암호화폐·현금·렉서스 차량 등 약 $1억 9,000만 상당 압수 11
    현재 미국·인도 당국 쿰바니 인도 아흐메다바드 추적 중, 출국금지 명령 발부. 체포 및 추가 배상 절차 진행 중 13

    ⑦ 자금세탁 방법

    조사 결과 쿰바니 일당이 사용한 자금세탁 수법은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3

    클러스터 지갑 사이클링 — 투자금을 수십 개의 암호화폐 지갑을 통해 반복적으로 이동시켜 추적을 어렵게 했습니다.

    다크웹 경유 — 일부 거래는 다크웹을 통해 라우팅해 출처를 은닉했으나 블록체인 포렌식으로 추적되었습니다.13

    국제 거래소 분산 — 자금을 여러 국가의 암호화폐 거래소로 분산 전송했습니다.2

    실물 자산 전환 — 고급 차량(렉서스), 전자기기, 귀금속 등으로 자금을 세탁했습니다.3

    FinCEN 미등록 — 자금 이체 사업자로 FinCEN에 등록을 의도적으로 회피해 규제 감시를 피했습니다.2

    ⑧ 투자자들이 놓친 적신호 (Red Flags)

    ① 완전 익명 운영 9

    창업자와 개발팀의 신원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주요 암호화폐와 달리 가짜 이름으로 등록된 도메인을 사용했습니다.

    ② 백서(Whitepaper) 부재 4

    트레이딩 봇의 알고리즘이나 기술적 근거를 설명하는 문서가 전혀 없었습니다. 기존 백서는 내용이 매우 빈약했습니다.

    ③ 비현실적 수익률 7

    월 40%, 일 1% 복리 수익은 수학적으로 지속 불가능합니다. 1년 복리 계산 시 원금의 3,000% 이상이 됩니다.

    ④ 다단계 추천 구조 8

    신규 투자자를 유치할수록 보너스를 주는 MLM 구조는 폰지 사기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⑤ 규제 당국 미등록 7

    미국·캐나다 등 주요국 증권 당국에 등록되지 않았으며, FinCEN 자금 이체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았습니다.

    ⑥ 전문가들의 사전 경고 7

    이더리움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 등 암호화폐 전문가들이 이미 운영 중에 폰지 사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⑨ BitConnect가 남긴 교훈

    01
    보장 수익은 없다 어떤 합법적 투자도 “보장된” 고수익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보장 수익을 내세우면 즉각 의심해야 합니다.
    02
    투명성 검증 필수 운영자 신원, 기술 백서, 감사 보고서가 없다면 투자 자체를 거부해야 합니다.
    03
    규제 등록 여부 확인 해당 국가 금융 규제 당국에 등록되었는지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04
    기술 혁신 ≠ 사기 면죄부 블록체인·AI 등 신기술을 내세워도 기본적인 경제 법칙을 무효화할 수는 없습니다.
    05
    블록체인은 추적 가능하다 암호화폐는 익명성이 있지만 블록체인 포렌식 기술로 자금 흐름 추적이 가능합니다. 인도 당국이 수년 후에도 $1억 9,000만을 압수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11

    참고 출처

    References

    1. Bitconnect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Bitconnect Wikipedia · 2026.02 업데이트
    2. BitConnect Founder Faces 70 Years Behind Bars Over $2.4 Billion Cryptocurrency Scheme — Bitdefender https://www.bitdefender.com/en-us/blog/hotforsecurity/bitconnect-founder-faces-70-years… Bitdefender HotForSecurity
    3. BitConnect Ponzi Scheme — AML Network Watchdog Database https://amlnetwork.org/watchdog-database/cryptocurrency-laundering/bitconnect-ponzi-scheme/ AML Network · 2025.08 업데이트
    4. Bitconnect Ponzi scheme: From 2017 crypto boom to 2026 restitution — Sweet TnT Magazine https://sweettntmagazine.com/bitconnect-full-history-of-cryptos-most-infamous-ponzi-scheme/ Sweet TnT Magazine · 2026.03
    5. What Happened to BitConnect? Ponzi Scheme Unveiled in 2026 — Traders United https://tradersunited.org/blog/bitconnect-ponzi-scheme-unveiled Traders United · 2026.01
    6. BitConnect Founder Indicted in Global $2.4 Billion Cryptocurrency Scheme — U.S. Department of Justice https://www.justice.gov/archives/opa/pr/bitconnect-founder-indicted-global-24-billion-cryptocurrency-scheme U.S. Department of Justice · 2022.02.25 공식 보도자료
    7. Fraud Deconstructed: Cryptocurrency execs charged for $2.4 billion Ponzi scheme — BDO Canada https://www.bdo.ca/insights/cryptocurrency-execs-charged-for-2-4-billion-ponzi-scheme BDO Canada · 2022.10
    8. Bitconnect — TrendSpider Learning Center https://trendspider.com/learning-center/bitconnect/ TrendSpider · 2023.10
    9. The Rise and Fall of BitConnect: An Internet Famous Ponzi Scheme — MakeUseOf https://www.makeuseof.com/the-rise-and-fall-of-bitconnect-an-internet-famous-ponzi-scheme/ MakeUseOf · 2021.07
    10. Indian Authorities Recover Ill-gotten Funds from BitConnect Crypto Ponzi Scheme — Bitdefender https://www.bitdefender.com/en-us/blog/hotforsecurity/indian-authorities-recover-ill-gotten-funds… Bitdefender HotForSecurity · 2025.02
    11. India’s Directorate of Enforcement Seizes $190M in BitConnect Ponzi Scheme Case — CoinDesk https://www.coindesk.com/policy/2025/02/17/india-s-directorate-of-enforcement-seizes-usd190m… CoinDesk · 2025.02.17
    12. BitConnect founder has been fugitive for more than three years, SEC confirms — FX News Group https://fxnewsgroup.com/forex-news/cryptocurrency/bitconnect-founder-has-been-fugitive… FX News Group · 2024.11.18
    13. Indian Authorities Seize $190 Million in Crypto Linked to BitConnect Ponzi Scheme, Track Fugitive Founder — CoinMarketCap https://coinmarketcap.com/academy/article/indian-authorities-seize-dollar190-million… CoinMarketCap Academy · 2026.02.28
    14. BitConnect Founder Indicted in $2.4B Ponzi Scheme Has Disappeared — CoinDesk https://www.coindesk.com/policy/2022/03/01/bitconnect-founder-indicted-in-24b-ponzi-scheme-has-disappeared CoinDesk · 2022.03.01
    15. BitConnect Founder, Indicted in US Over Missing Bitcoin, Is Now Wanted in India, Too — Yahoo Finance / CoinDesk https://finance.yahoo.com/news/fugitive-bitconnect-founder-kumbhani-indicted-105646560.html Yahoo Finance · 2022.08.17
    16. BitConnect’s indicted founder Satish Kumbhani has disappeared, says SEC — Business Standard https://www.business-standard.com/amp/article/markets/bitconnect-s-indicted-founder… Business Standard · 2022.03.01
    17. Remember BitConnect? Victims of $2.4B Fraud To Recoup a Mere $17M — Blockworks https://blockworks.co/news/remember-bitconnect-victims-of-2-4b-fraud-to-recoup-a-mere-17m Blockworks · 2023.01.13
    18. BitConnect founder Satish Kumbhani has vanished from India, SEC says — Fortune https://fortune.com/2022/03/01/bitconnect-founder-satish-kumbhani-disappeared-india-sec-lawsuit/ Fortune · 2022.03.01
    19. BitConnect Founder Satish Kumbhani Indicted by US Court in $2.4 Billion Crypto Ponzi Scam — MoneyLife https://www.moneylife.in/article/bitconnect-founder-satish-kumbhani-indicted-by-us-court… MoneyLife India · 2022.02
    20. BitConnect Founder Indicted in Global $2.4 Billion Cryptocurrency Scheme — Bitdefender (상세 기소 내용) https://www.bitdefender.com/en-us/blog/hotforsecurity/bitconnect-founder-faces-70-years… Bitdefender HotForSecurity · DOJ 기소장 기반
  • Bitradex와 Ponzi

    Bitradex가 뭐지?

    약 4개월 전에 친구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bitradex라는 암호화폐 플랫폼인데,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https://www.bitradex.ai/ko

    AI bot을 활용한 투자 전략. 1일 0.5%!

    이 플랫폼의 특징은 AI bot을 활용한 투자 전략이다. 웹사이트 상에서는 설명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지만 대충 이런 그림이다.


    일정 기간 (30일 ~ 360일) 약정을 하면, AI bot의 투자 전략에 따라 일 수익을 제공한다. 1년 약정을 하면, 하루 0.5%의 수익을 준다. 이것을 복리로 계속 유치한다면 연 471%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실이라면 놀라운 수익률이다.

    자세한 내용은 찾을 수 없지만, ‘Unique fund pool guarantee mechanism’이 기대 수익을 보장한다고 되어 있다. (한국어 버전도 있는데, 번역이 엉망이라 무슨 말인지 더 모르겠다.)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런 수익률이 가능한가?’

    대답은 이렇다.

    훌륭한 training data를 가지고 훈련한 ai가 똑똑하게 차익거래 기회를 포착하여 빠르게 거래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역시 디테일은 못 찾겠다.

    친구의 말로는 투자 전략의 히스토리는 매일 관찰할 수 있고 본인이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고 한다. 친구는 그 성과가 제시된 화면을 내게 증거로 보여 주었다. 물론 그 화면은 bitradex에서 제공한 화면이다.

    친구 소개 추가 수익

    한 가지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친구를 소개하면 추가로 리워드를 준다고 한다. 얼마나 주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친구의 말에 따르면 등급에 따라 달라지게 돼 있다고 한다. 1차로 소개해 준 가입자의 수익의 x%를 받고, 그 가입자가 또 소개해 준 가입자의 수익의 y%를 받는 형식으로 돼 있다. 또한 등급제가 있어서, 등급이 올라갈수록 x, y 값은 상승한다. 즉, 많은 사람을 소개하고 그 소개한 사람이 또 많은 사람을 소개하면 기본적인 ai bot 수익에 추가로 기하급수적인 수익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혁신 vs 사기.

    AI bot이라는 것이 진정 위대한 혁신일까? 만에 하나 그럴 수도 있겠다. 미개한 인간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매커니즘으로 무위험 차익거래 수익을 매일 0.5%씩 올리는 진정 훌륭한 기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차익거래에는 용량이 있다. 거래가 많아질수록 차익거래 기회는 없어진다는 뜻이다. 차익거래라는 것 자체가 시장의 비효율을 파악하고 그것을 효율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USDT 시장의 유동성이 어마어마해서 이 정도 규모의 차익거래로는 비효율이 유지된다고 보는 셈이다.
    또한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훌륭한 기계인지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 AI와 Crypto라는 단어로 최첨단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디테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다. Product Advantage라고 내세운 부분들은 다 좋은 말인데, 너무 당연히 좋은 말이라서 아무 말 안 하는 것과 같다.
    나는 99.9% 사기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전형적인 다단계에 폰지 스킴이다. 이 모든 게 사기이고, 애초에 폰지를 계획하고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설명하는 쪽이 훨씬 깔끔하게 설명이 된다. Parsimonious.

    증거

    구글링만 몇 번 해 봐도 사기 정황이 무수히 드러난다.
    첫째, bitradex.ai 라는 도메인은 이제 갓 1년 넘은 도메인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2022년부터 비즈니스를 해 온 것이 아니다.

    둘째, 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전혀 밝혀져 있지 않다. 소유자가 누구인지 모르겠고, 어느 나라에 설립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실제 피해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기사를 보자.
    bitradex 사기 기사

    믿음

    그러나 증거는 믿음 앞에서 무력하다. Bitradex가 진실이라고 믿기 시작한 이상 그 믿음을 깨기는 무척 어렵다. 수익률이 정확하게 찍히고 있고 BTX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그러하다. 출금이 정지되고 사이트가 폐쇄되어 사기가 명백해지기 전까지는 믿는 사람은 계속 믿는다.
    이것은 이성적이고 비이성적이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똑똑하고 멍청하고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사람은 그렇게 생겨 먹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 교묘함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사기꾼들이다. 백년이 넘게 대형 폰지 사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폰지 사기의 역사)안타까운 일이다.

    결과

    폰지 사기는 규모가 클 수 밖에 없다. 규모를 계속 키우는 것이 유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케이스에서 최선의 결과는 예상 외로 이들이 사기꾼이 아닐 가능성이다. 거의 없다고 본다.
    다음은 이 친구가 적절한 시점에 자금을 회수한 이후 사기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구의 손실은 없다. 안타깝게도 친구보다 뒤에 들어간 사람들이 피해자가 될 것이다.
    다음은 친구도 금전적인 손실을 입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 당장 믿음이 깨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은 이 친구가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폰지에다가 다단계의 성격이므로 너무 높은 단계까지 위치가 올라간다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 같다. 이 단계까지만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 직장인 구보씨의 하루

    구보씨는 부서원들과 점심 회식을 하였다. 이틀 전에 입사한 새파란 신입사원의 환영회를 겸한 회식을 하기로 한 것이다. 보통의 신입사원이라면 술자리를 겸해서 저녁식사를 하였을 것이지만, 이번 신입사원은 특별하였다. 구보씨 부서에서 없던 고졸 신입사원이었던 것이다.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았으니 술자리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록 고등학생쯤 되면 저희들끼리 몰래 술 한 잔씩 했겠지만, 직장에서는 오히려 더 조심해야만 하는 사정인 것이다. 점심 시간이 되어 구보씨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눈치 보고 있던 부서원들도 스르륵 일어났다. 이미 예약된 장소는 다들 알고 있었고 점심시간이야 뻔하므로 한 마디 말 필요 없었다. 눈빛도 필요 없고, 기척으로 ‘밥 먹으러 가자.’라고 말한 셈이다.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는 다른 부서에 굳이 회식한다는 티를 낼 필요도 없으므로 기척 의사소통은 더욱 적절한 수단이었다.
    미리 예약해 둔 스페인 식당에는 모두 여덟명이 자리했다.마침 4인분의 세트메뉴가 추천메뉴로 돼 있어 2세트를 시켰다. 그런데 착석하고 보니 소식가 4명이 한 테이블이고 대식가 4명이 다른 한 테이블에 모여 있는 것이다. 구보씨는 그 중 최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 특히 적게 먹는 직원 1명과 특히 많이 먹는 직원 1명 자리 바꾸는 것을 제안하였다. 특히 적게 먹는 직원은 김다율이었고, 특히 많이 먹는 직원은 강현우였다. 구보씨가 생각 못했던 부분은 음식의 양이 점심식사 자리의 행복의 유일한 결정 요소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식사자리에서 음식만큼 중요한 것은 자리배치였다. 연장자이자 부서장이 제안하니 딱히 거절하지는 않았으나 다율은 그러마하는 대답도 안 하고 얼굴만 붉히고 있는 것이었다. 구보씨는 깨달았다. ‘아 이 친구가 나와 겸상하고 싶어하지 않는구나.’ 직장 생활 20년 넘게 해 온 구보씨는 타고난 성정과 상관 없이 눈치는 빨라졌었다. 게다가 며칠 전에 다율과는 업무적으로 불편한 말을 주고 받은 기억이 있었다. 눈치만 채고 잠자코 있었다면 좋은 꼰대가 될 수도 있었는데, 속 좁은 구보씨는 입 밖으로 말을 꼭 내고야 만다.
    “다율씨가 나랑 같이 먹기 싫구나. 그냥 이대로 먹지 뭐.”
    구보씨는 안 해도 될 말을 또 했다고 생각하며 남 몰래 얼굴을 붉혔다.
    그저께는 야단을 쳐 놓고 지금은 동석을 피한다고 토라지는 거냐? 자존감 한 단계 내려감. 역시 그릇 작은 놈은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약한 사람은 쉽게 대하면서 미움은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냐.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거고, 그렇다고 가운데라는 것도 애매모호하단 말이다. 자존감 두 단계 내려감.
    그래도 음식이 나오고 먹을 것 뱃속에 들어가고 나니 기분은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시덥잖은 취미 이야기, 스포츠 이야기, 여행 다녀온 잡설들을 나누면서 시끌시끌 점심을 먹었다. 서로 간에 적절한 거리 유지하면서, 우리 친한 사이라고 확인하는 정도의 시끌시끌함이다. 이것이 사회생활. 오늘도 직장생활이라고 구보씨는 생각했다.
    오후에는 스터디 모임 시간이 있었다. 구보씨는 평소 부서 직원들의 전문성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특히 강현우는 연차에 비하여 아는 것이 부족하여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늘상 생각해 왔고, 이번에 책 한권을 정해 주고서 발표하도록 시켰던 것이다. 구보씨는 안 좋은 버릇이 있었다. 첫인상으로 선입견을 갖는 경우는 별로 없으나, 한 번 정한 평가를 쉽게 바꾸지 않는 습성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머리가 둔하다고 일단 평가를 내리면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고 삐딱하게 보는 것이었다. 현우는 이미 그 단계에 접어 들어 있는 상태였다. 비록 그 둔한 머리를 개발해 주고자 좋은 의도에서 공부를 시킨 것이지만, 시킬 때마다 실망하고는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책의 텍스트만 읽었을 뿐 행간을 읽지 못하고 요점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번역을 잘못한 것까지 있었다. (정해준 책은 영어로 된 책이었다.)
    “이거 번역이 맞나? hard enough that ~~ 이라고 하면 ~~하도록 충분히 어렵다는 뜻 아냐? ~하기 어렵다는 뜻이야?”
    현우도 안 좋은 버릇이 있었는데, 바로 머리는 둔한데 지는 것을 싫어해서 우기기를 잘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같은 뜻 아닌가요?”
    “아니. 어떻게 그게 같은 뜻이야? that 이하가 어려운 거야? 지금이 영문법 시간도 아니고, 내가 번역까지 바로 잡아줘야 돼?”
    당신 평소에 유학파라고 영어 잘한다고 티내고 다니지 않았어?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번에는 점심시간의 섣부른 혓바닥의 실수가 약이 됐던 모양이다.
    “제 뜻은 같은 뜻으로 말한 거였는데… 그럼 제가 잘못 쓴 거 같습니다.”
    “번역 잘못했다고 하면 되지 왜 우기길 우기나?”
    역시 작은 그릇은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비아냥거리면서 얘기할 거리는 아니었는데 또 이런다. 이러면서 또 미움은 받고 싶지 않겠지. 구보씨는 그 뒤의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화제가 전환되면서 영어 번역 문제는 금세 잊혀졌지만 구보씨 자존감은 또 한 단계 하락.
    퇴근이나 해야겠다. 아내에게 말을 거니 아내가 선수를 쳤다. 중년의 우울감을 먼저 토로하는 것이다. 여자의 갱년기가 무섭다고들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게다가 구보씨도 아내의 갱년기에 대하여 짐작은 하고 있었던 터라, 신중하게 대꾸했다. 나도 오늘 별로 유쾌하지 않단다. 네 우울감 들어줄 여유가 없단다. 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구보씨는 사려 깊고 진지한 말투로 아내를 위로하였다. 구보씨 자존감 한 단계 상승. 이렇게 속 넓은 사람이었다니. 스스로 대견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