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라이딩

궁평항 라이딩 후기 – 이런 것이 불행 중 다행

자전거를 타다가는 심각한 부상 또는 사망의 위험에 노출되게 마련이라고 한다.

로드 바이크 입문 후에 두 번의 낙차 경험이 있었으나 모두 빗길 자빠링이었고 그렇게 고속 주행 중은 아니었다.
이번에 당한 낙차처럼 아찔한 순간은 처음이다. 상세히 경위를 기록해 두어 앞으로 안전 라이딩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화성시 마도산업단지에서 궁평항에 이르는 길은 마도미개통로라고 불리우는 13km가 넘는 평지 구간으로 속도를 내기에 좋은 구간이다. (실제로는 개통된 도로이다.)

2022년 8월 15일 광복절 약 20여명의 팩으로 이 구간을 포함하는 코스를 라이딩할 계획이었다.
남서풍이 매우 강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역풍이다. 마도에서 궁평항까지 가는 길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250W 파워를 내도 30km/h를 넘기기 쉽지 않았다. (내 몸무게는 62kg이고 ftp는 230w 정도이므로 한계영역에 해당하는 파워이다.) 그런 역풍을 뚫고 13km를 행군하다시피 라이딩하고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당연히 돌아갈 때의 순풍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마련이다. 복귀 길은 50km/h 넘게 나오겠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살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인원 수가 많고 오픈 구간이므로 자유롭게 달릴 것인데, 역풍에 대한 보상으로 다들 속도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막상 달리기 시작하고 나서는 팩에서 흐를 것이 두려웠다.

채 2km를 가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어이 없게 혼자서 왼쪽으로 구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원인은 노면의 세로 홈이었다.

원래부터 이런 상태였는지 폭우 후에 망가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로드 바이크로서는 치명적인 세로 방향 홀이 있었고 거기에 딱 걸려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홀을 피하지 못하고 낙차까지 이어지게 된 원인을 좀 생각해 보아야겠다.

다른 블랙박스 화면을 보면 우측에 작업하는 트럭이 보인다.

자전거는 우측 차로로 주행하게 돼 있으나, 이 트럭으로 주행이 불가능하게 되어 좌측 차로로 나갔다가 다시 우측으로 들어오게 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오픈 상황이었기 때문에 열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서 좌우로 주행 라인이 조금씩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와중에 홀과 겹치게 된 것이다.
또한 속도가 매우 빨랐다. 스트라바 기록으로 보면 낙차 직전 속도가 43 km/h로 돼 있다. 게다가 드래프팅을 하기 위해서 간격을 좁게 주행하고 있어서 홀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나서 대처할 시간이 없었다.
다음으로 영상을 자세히 보면 내가 우측에 홀을 가리키는 신호를 하는 것이 보인다. 내가 걸려 넘어진 홀 우측에 다른 홀이 있어서 거기에 시선이 쏠리고 후미에 주의를 주느라 내 앞의 홀은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앞 사람의 홀에 대한 콜이 없었다. 이 날 전반적으로 콜이 없었는데, 다들 속도감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리고 오픈 상황일수록 콜을 잘 해야 될 거 같은데 힘들어지면 오히려 다들 소홀해지는 경향을 자주 본다.
이런 모든 원인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정확하게 걸린 것은 불운에다가 노면 주시를 게을리한 나의 과실이 겹친 결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첫째는 내 뒤에 오던 일행 중에 가티 낙차에 휘말린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매우 빠른 속도였음을 감안하면 기적적인 일이다. 영상에서도 보면 간발의 차이로 피한 것을 볼 수 있다. 피했다기보다는 피해졌다고 봐야 되는데, 내가 왼쪽으로 구르면서 자전거는 바닥에 부딪히며 튀어 올랐는데 그 때 휠이 지면에 수직으로 튀어 올랐던 것이다.
둘째는 빠른 속도의 낙차였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치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몸을 둥그랗게 만 상태에서 굴러서 충격이 최소화 됐다. 운동신경이 둔한 편인 나로서는 또한 기적인 일이다.

그리하여 결론은 뭐냐. ftp가 향상 되고 VO2Max가 높아졌다고 고수가 아니다. 노면 주시 게을리한 나는 아직도 자린이었다고 반성해 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 정도 부상으로 싸게 막은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안전한 라이딩, 즐거운 라이딩 천년 만년 즐겨 보자.

P.S.
소중한 시간 정신 차릴 때까지 기다려 주시고 보살펴 주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감사한 말씀 드립니다.
우헤헤님 특히 너무 잘 케어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나중에 소식 듣고 걱정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 말씀 드립니다.

나의 애마는 휠 스포크가 한 개 나가고, 왼쪽 레버가 갈리고 바테잎 너덜너덜해진 정도의 피해인데 이미 이틀 만에 수리 완료 됐습니다.
나의 몸은 양 무릎, 팔꿈치, 어깨에 다양한 깊이의 찰과상이 있는 정도이고, 가슴팍에 통증이 있는 정도입니다. 아마도 가슴팍은 핸들바에 부딪힌 거 같습니다. 앞으로 1주일이면 라이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강화도 라이딩 – 2022/07/23

오늘 라이딩 일정은 05:00 쌍개울 출발,(신정교 05:30 2명 합류) 봄날님의 강화도 코스를 맛본 후 17:00 쌍개울 복귀하는 계획입니다.
우리 집의 최고 존엄께서 16시 외출 계획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돌아올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살짝 무리한 일정 같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용서 받는 쪽을 선택하고 라이딩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04:00 기상합니다.
일찍 일어나서 커피와 아침을 먹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경량화를 시도합니다.
경량화의 성공 여부가 그 날의 라이딩 컨디션을 좌우하지요.

05:00에 집을 나서 05:15 신정교 도착합니다. 좀 일찍 도착했습니다. 앗! 심박계가 잡히지 않습니다. 신정교 기둥 뒤에 숨어서 심박계를 벗었다 찼다 해보는데, 쇼사마님께 딱 걸립니다.
“왜 거기서 옷을 벗고 계세요?”
“아니, 그게 어버버버…”
심박계 없이 라이딩합니다. 이 정도는 사소한 해프닝이지요.

쌍개울 출발이 순조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약 30분 이상 늦어지는 것으로 예상되고, 번짱이신 쇼사마께서는 교통 상황, 오후의 비 예보 등으로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최고 존엄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용서 받지 못하는 것 아닐까…’

정시 출발은 실패

06:00 쌍개울 출발 팀과 합류합니다.
멀리서부터 소님께서 강력하게 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원 수가 꽤 많습니다.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꼬리에 붙어서 열심히 달립니다.
아마도 늦은 시간을 만회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만, 방화대교에서 멈춥니다.
음, 보급하기에는 살짝 이른 시점인데 이상하다 싶었는데… 마산아재님께서 안 보이신답니다.
10분 이상 후에 아재님께서 거친 숨을 내쉬며 도착하셔 버림 받은 설움을 토로하십니다.
전화 받는 사이에 (이 전화는 쇼사마님이 출발을 독려하려 걸었던 걸로 판명) 팩이 출발해 버렸다는 겁니다.
“먼저 가라 하셨습니다.” 라는 증언은 의사소통 오류였던 것입니다. 여튼 여기서 10분 지체.
그런데, 이렇게 기다릴 거면 그렇게 페이스 올릴 필요가 없었네?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앗 그런데 또 하나 걱정거리가 떠오릅니다.
강화인삼센터에서 조인하기로 한 분들은 점점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역시 지체 않고 달려야겠습니다.

김포아우토반.
때려 밟기에 딱 맞는 감동적인 구간이죠.
오픈 신호 받자 열심히 밟아 보았으나, 역시 성냥개비만 태우고 BA는 실패. 결론을 알면서도 항상 이 짓을 합니다.
오늘은 그린 저지를 입었으니까 시도해 볼만 했습니다.
마주 오는 MTB가 좌측 통행을 하는 것 정도는 아주 가벼운 해프닝.


김포에서 강화로 가는 공도 구간.
역시나 차량이 좀 많습니다만, 2열로 질서 있게 갈만합니다. 순조로운 듯 보입니다.
팅이라그님의 전조등이 발사되고 그것이 샤콘느 형님 다리를 맞은 후 실종된 것은 아주 아주 아주 사소한 해프닝.
신호대기에서 출발하는 순간, ‘푸쉬쉭’ 소리가 들립니다.
펑크임에 분명합니다. 쇼사마님의 펑크네요. 튜블러. 아 골치 아픈데.
타이어 상태를 보니, 지금 터진 게 다행입니다.
이것은 펑크가 아니라, 타이어가 닳아서 없어지기 직전입니다.
“보통 타이어 한 번 갈면 1만 킬로씩 타는 거 아닌가요??”

번짱 사수 실패

그러나 괜찮습니다.
우리에게는 코스의 설계자이신 봄날님께서 계시니까요.
봄날님 믿고 번짱은 버리고 우리끼리 출발하도록 합니다.

다시 열심히 달려, 차량들과 부대끼며 강화대교를 건넙니다.
건너자마자 인삼센터가 보이는데… 합류하기로 한 일행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뿔싸, 초지인삼센터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입니다.
강화에는 인삼센터가 두 개. 최근에 항상 초지에서 기다렸으니 그 쪽으로 간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초지에서 강화인삼센터까지 차로 20분.
초코정님과 박사일기님을 기다리며 화기애애 담소 타임을 갖습니다.
우리도 늦게 출발했으니 비긴 걸로 합니다.
덤앤더머?막하막하?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2

우여 곡절 끝에 이제 강화도 한 바퀴 돌기만 하면 됩니다.
시간을 많이 지체했으니, 애초에 계획했던 코스의 수정은 불가피합니다.
길을 잘 모르니 대충 짐작으로 이해합니다.
아마도 교동도를 생략하기로 하신 모양입니다.
‘아 어쩌면 용서 받을 수도 있겠구나.’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이제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민통선을 통과하고 오른쪽 철책을 끼고 쭉 뻗은 길이 나옵니다.
김포아우토반 찜쪄 먹는 때려 밟아라 구간이네요.
한 번 와 본 구간이지만, 반대방향이었습니다.
역시나 봄날님께서 오픈 신호를 주시고 다들 참지 못하고 성냥개비 태웁니다만.. 결론은 항상 같죠.
침 좀 흘리면서 달리다 이제 좀 그마안~이라는 생각이 스쳐가는 순간 다행스럽게도 오픈 구간이 끝났습니다.


그러나, 후미에서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두시맨님 쌍 펑크가 터졌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튜브를 누가 두 개를 들고 다니겠습니까.
튜브를 들고 석수님께서 두시맨님께 내려갑니다.
우리는 또 하하호호(데이빗의 하하호호와는 다릅니다) 담소 타임 시작됩니다.
이렇게 하나 둘씩 사라지면, 나중에는 몇 명이 남는 걸까?
공포 영화의 상투적인 시나리오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다행입니다. 클린처라 복구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더 기다리지 않고, 보급지에서 세팅해 놓고 기다리기로 합니다.

교동도는 생략하지만, 교동도 입구의 편의점에서 보급을 하기로 합니다.
역시나 강화도는 낙타등이 많습니다.
다들 휴식 시간이 길어서 힘이 남으시는지, 달리는 동안에는 인터벌 치십니다.
아… 좋습니다. 하하호호.
팩에서 떨어지신 분들 몇 분 계시고, 봄날형님께서는 갈림길에 후미 담당을 남겨 두십니다.
길이 좀 헷갈리는데 다들 제대로 합류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됩니다.
편의점에서 보급하는 동안 너무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걱정이 현실이 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니다.
그러나, 소님, 두시맨님, 석수님은 펑크를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복귀하셨습니다.
길도 제대로 찾아 오셨습니다.
참으로 개선군의 모습입니다.

펑크 대처 성공

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쇼사마님도 복귀하셨습니다.
동생분의 차를 호출하시고 잠들어 있는 샵 사장님을 깨워 타이어 교체하신 겁니다.
역시 개선군의 모습입니다.

펑크 대처 성공 #2(?)

역시 교동도는 생략하기로 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강화도 현지인의 자부심으로 고인돌 구경을 갑니다.
큽니다. 신기합니다.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한 번짱님의 계획이었던 거 같습니다.

고인돌을 뒤로 하고 시골길을 한참 달립니다.
여기도 사진 흥벙을 위한 번짱님의 계획 구간인 듯 합니다.
경치 좋고, 한적하고, 시골길 주제에 포장도 잘 돼 있습니다.
사진 잘 나오는 구간입니다.

고수는 포즈부터 다릅니다.

번짱님은 사진찍기 의무에 충실하시고 어쩌다 보니 제가 선두가 됐습니다.
‘어라, 길 모르는데… 코스 파일하고 길도 다르네.. 어쩌지…’
괜찮습니다. 바로 뒤에 봄날님께서 조종을 해 주십니다.
‘좌회전, 우회전, 다음 좌회전’

한참 달리는데, 뭔가 순탄치 않은 것 같습니다.
봄날님이 누군가와 열심히 통화를 하십니다.
뒤돌아 보니, 팩 숫자가 줄어 있습니다.
번짱님도 없네요. 하하하.
이 길이 아니라고 외치시는데, 앞에서 못 들었던 겁니다.
결국 조양방직 앞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우리의 하하호호 타임은 다시 시작 됐습니다.
여기서도 한 10분 대기 후에 찢어진 그룹 합류합니다.
마침 그 무리에 아재형님도 계시네요. 거친 숨 몰아 쉬시며,
“나 오늘 두 번 버림 받았어!” 하십니다.
번짱께서는,
“자아 번짱 버리신 분들은 다 머리 박으세요~” 하십니다.
머리 박는 거 대신 이 후기 쓰는 걸로 쇼부..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3, 번짱 사수 실패 #2

그러나 괜찮습니다.
우리 다시 다 모였으니까요.
이제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고려산 넘고, 낙타등 넘습니다. 밥도 먹었지요.
강화도 3대 카페는 지나쳐서 CU에서 대신했습니다.

역시 중급이라고 흐르시는 분들 안 챙기더군요.
저는 초급 마인드라 흐르시는 분들 계시면 스위핑하고 싶어 내려갔다 올라왔다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살짝 갭 벌어진 것도 좁히는 게 쉽지 않네요.
프로 선수들 BA 치는 것도, 추격하는 것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10미터 정도 갭 벌어진 사이로 트럭이 들어오는 바람에 급브레이크를 잡아 석수님하고 추돌할 뻔 한 건 조금 큰 해프닝이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자린이 같습니다.
뒤에 오는 사람 생각을 했어야 되는데, 손가락이 먼저 반응하고 아차 싶었습니다.

복귀길은 비교적 순탄합니다.
새하얗게 태우신 분 몇 분 계시지만, 그런 모습이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
비가 올 거 같은데,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좀 빨리 가야겠습니다.

저와 쇼사마님은 신정교에서 이탈해서 목감천을 타고 복귀합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많이 맞지 않았네요.
‘그래 비까지 맞으면 너무 잔혹하게 사건 사고가 많은 거지.’

그러나, 쌍개울 복귀하시는 분들은 비 쫄딱 맞으셨더군요.
완벽하게 다사다난한 라이딩이었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어느 분도 오늘 라이딩 후회하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라이딩은 언제나 즐거운 거니까요.

오늘 라이딩 준비하신 쇼사마님 감사 드리고, 다사다난하고도 즐거운 라이딩 위해 애써 주신 모든 분들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아 참, 마지막으로… 최고 존엄께서는 관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