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메모

  • 폰지의 역사 – Bitconnect 사례

    Crypto Fraud · Deep Dive

    BitConnect 심층 분석

    2016 – 2018  ·  역사상 최대 규모 암호화폐 폰지 사기

    핵심 수치 요약

    총 피해액

    약 $24억

    피해 국가

    95개국 4,000명+

    운영 기간

    2016.02 – 2018.01

    약속 수익률

    월 최대 40%

    BCC 최고가

    $463 (2017.12)

    붕괴 후 BCC가

    $0.40 → 사실상 0

    ① 개요

    BitConnect(비트커넥트, 티커: BCC)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운영된 암호화폐 기반 고수익 투자 프로그램으로,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암호화폐 폰지 사기입니다.1 독점적인 “트레이딩 봇”으로 구동되는 대출 플랫폼을 표방하며 일일 최대 1%의 복리 수익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신규 투자자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교과서적인 폰지 구조였습니다.3

    전 세계 95개국 이상, 4,000명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약 24억 달러를 편취했으며,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사기로 기소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13

    ② 창업자 및 핵심 인물

    Satish Kumbhani 도주 중

    창업자 · 인도 구자라트 출신

    BitConnect의 실질적 설계자. 가짜 이름으로 웹사이트를 등록하고 대출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20 2022년 2월 미국에서 기소되었으나 현재까지 소재 불명 상태로 국제 도주 중입니다.12

    Glenn Arcaro 복역 완료

    미국 내 최고 프로모터

    2021년 9월 유죄 인정 후 2,400만 달러 이상의 수수료 몰수에 합의. 2022년 9월 징역 38개월 선고를 받았습니다.7

    Divyesh Darji

    인도 지역 리더

    창업자 바로 아래 직급으로 알려진 인물. 2018년 8월 인도 델리에서 체포되었습니다.1

    Carlos Matos

    투자자 · 인터넷 밈의 주인공

    2017년 파타야 콘퍼런스에서 “BitConnect!”를 열정적으로 외친 영상이 인터넷 밈으로 확산. 본인도 $25,610 손실을 입은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5

    ③ 사기 구조 및 작동 메커니즘

    01
    비트코인 → BCC 교환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BitConnect 플랫폼에 보내면, 동등한 가치의 BCC(BitConnect Coin)로 교환해 줍니다.10
    02
    대출 프로그램 참여 (락업) 교환한 BCC를 120~299일간 플랫폼에 “대출”합니다. 이 기간 동안 자금 인출이 불가능합니다.4
    03
    “트레이딩 봇”으로 일일 수익 지급 독점 트레이딩 봇이 비트코인 변동성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다고 주장. 일일 최대 1%(월 최대 40%)의 복리 수익을 약속했습니다. 실제로 이 봇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2
    04
    다단계 추천 보너스 신규 투자자를 더 많이 유치할수록 더 큰 추천 보너스를 지급하는 MLM(다단계) 구조. 참여자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핵심 엔진이었습니다.8
    실제 자금 흐름 (조사 결과) 실제로는 시장 거래가 전혀 없었습니다. 투자금은 쿰바니와 공모자들이 관리하는 디지털 지갑으로 이전되었으며, 일부는 국제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세탁되었습니다. BCC 토큰 가격도 인위적으로 조작되었습니다.57

    ④ BCC 가격 추이 — 성장에서 붕괴까지

    2016.02 ICO 직후 초기가 $0.17
    2017.06 ICO 열풍 상승기 ~$50
    2017.12 최고가 (시총 약 $25억) $463
    2018.01.17 플랫폼 폐쇄 당일 -92% 폭락
    2019.03 사실상 가치 소멸 $0.40

    출처: Wikipedia – Bitconnect1

    ⑤ 붕괴 과정

    2017년 11월 — 영국 정부가 정당성 증명을 위한 2개월 유예기간을 통보했습니다.1

    2018년 1월 3일 — 텍사스 주 증권위원회가 폰지 사기로 규정하며 영업중지(Cease & Desist) 명령을 발동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도 동일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더리움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 등 암호화폐 커뮤니티 저명인사들이 이미 사기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했습니다.7

    2018년 1월 17일 — BitConnect가 거래소 및 대출 운영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BCC 가격이 즉시 92% 폭락했습니다.1

    붕괴 직후 — 한국 프로모터가 “자살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있고, 많은 한국인들이 전 재산을 투자했다”고 경고했고, 호주 프로모터는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16

    2018년 1월 31일 — 미국 서부 켄터키 연방 지방법원이 자산동결 임시 명령을 발동했습니다.1

    ⑥ 법적 처리 및 기소 현황

    시기 기관 내용 출처
    2021.09 DOJ / SEC SEC가 BitConnect·쿰바니·아르카로를 민사 제소. 아르카로는 유죄 인정 후 $2,400만 몰수 합의 7
    2022.02 DOJ 연방대배심 쿰바니를 전신사기 공모·상품가격 조작·국제 자금세탁 등으로 기소. 최대 70년 형 해당 26
    2022.09 연방법원 아르카로 징역 38개월 선고 7
    2023 캘리포니아 법원 피해자 배상금 $1,700만 명령 (전체 피해액의 0.7%) 17
    2024.11 SEC 쿰바니 소재 여전히 불명. 여러 외국 규제당국에 협조 요청 중 12
    2025.02 인도 조세청 (ED) 암호화폐·현금·렉서스 차량 등 약 $1억 9,000만 상당 압수 11
    현재 미국·인도 당국 쿰바니 인도 아흐메다바드 추적 중, 출국금지 명령 발부. 체포 및 추가 배상 절차 진행 중 13

    ⑦ 자금세탁 방법

    조사 결과 쿰바니 일당이 사용한 자금세탁 수법은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3

    클러스터 지갑 사이클링 — 투자금을 수십 개의 암호화폐 지갑을 통해 반복적으로 이동시켜 추적을 어렵게 했습니다.

    다크웹 경유 — 일부 거래는 다크웹을 통해 라우팅해 출처를 은닉했으나 블록체인 포렌식으로 추적되었습니다.13

    국제 거래소 분산 — 자금을 여러 국가의 암호화폐 거래소로 분산 전송했습니다.2

    실물 자산 전환 — 고급 차량(렉서스), 전자기기, 귀금속 등으로 자금을 세탁했습니다.3

    FinCEN 미등록 — 자금 이체 사업자로 FinCEN에 등록을 의도적으로 회피해 규제 감시를 피했습니다.2

    ⑧ 투자자들이 놓친 적신호 (Red Flags)

    ① 완전 익명 운영 9

    창업자와 개발팀의 신원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주요 암호화폐와 달리 가짜 이름으로 등록된 도메인을 사용했습니다.

    ② 백서(Whitepaper) 부재 4

    트레이딩 봇의 알고리즘이나 기술적 근거를 설명하는 문서가 전혀 없었습니다. 기존 백서는 내용이 매우 빈약했습니다.

    ③ 비현실적 수익률 7

    월 40%, 일 1% 복리 수익은 수학적으로 지속 불가능합니다. 1년 복리 계산 시 원금의 3,000% 이상이 됩니다.

    ④ 다단계 추천 구조 8

    신규 투자자를 유치할수록 보너스를 주는 MLM 구조는 폰지 사기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⑤ 규제 당국 미등록 7

    미국·캐나다 등 주요국 증권 당국에 등록되지 않았으며, FinCEN 자금 이체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았습니다.

    ⑥ 전문가들의 사전 경고 7

    이더리움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 등 암호화폐 전문가들이 이미 운영 중에 폰지 사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⑨ BitConnect가 남긴 교훈

    01
    보장 수익은 없다 어떤 합법적 투자도 “보장된” 고수익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보장 수익을 내세우면 즉각 의심해야 합니다.
    02
    투명성 검증 필수 운영자 신원, 기술 백서, 감사 보고서가 없다면 투자 자체를 거부해야 합니다.
    03
    규제 등록 여부 확인 해당 국가 금융 규제 당국에 등록되었는지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04
    기술 혁신 ≠ 사기 면죄부 블록체인·AI 등 신기술을 내세워도 기본적인 경제 법칙을 무효화할 수는 없습니다.
    05
    블록체인은 추적 가능하다 암호화폐는 익명성이 있지만 블록체인 포렌식 기술로 자금 흐름 추적이 가능합니다. 인도 당국이 수년 후에도 $1억 9,000만을 압수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11

    참고 출처

    References

    1. Bitconnect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Bitconnect Wikipedia · 2026.02 업데이트
    2. BitConnect Founder Faces 70 Years Behind Bars Over $2.4 Billion Cryptocurrency Scheme — Bitdefender https://www.bitdefender.com/en-us/blog/hotforsecurity/bitconnect-founder-faces-70-years… Bitdefender HotForSecurity
    3. BitConnect Ponzi Scheme — AML Network Watchdog Database https://amlnetwork.org/watchdog-database/cryptocurrency-laundering/bitconnect-ponzi-scheme/ AML Network · 2025.08 업데이트
    4. Bitconnect Ponzi scheme: From 2017 crypto boom to 2026 restitution — Sweet TnT Magazine https://sweettntmagazine.com/bitconnect-full-history-of-cryptos-most-infamous-ponzi-scheme/ Sweet TnT Magazine · 2026.03
    5. What Happened to BitConnect? Ponzi Scheme Unveiled in 2026 — Traders United https://tradersunited.org/blog/bitconnect-ponzi-scheme-unveiled Traders United · 2026.01
    6. BitConnect Founder Indicted in Global $2.4 Billion Cryptocurrency Scheme — U.S. Department of Justice https://www.justice.gov/archives/opa/pr/bitconnect-founder-indicted-global-24-billion-cryptocurrency-scheme U.S. Department of Justice · 2022.02.25 공식 보도자료
    7. Fraud Deconstructed: Cryptocurrency execs charged for $2.4 billion Ponzi scheme — BDO Canada https://www.bdo.ca/insights/cryptocurrency-execs-charged-for-2-4-billion-ponzi-scheme BDO Canada · 2022.10
    8. Bitconnect — TrendSpider Learning Center https://trendspider.com/learning-center/bitconnect/ TrendSpider · 2023.10
    9. The Rise and Fall of BitConnect: An Internet Famous Ponzi Scheme — MakeUseOf https://www.makeuseof.com/the-rise-and-fall-of-bitconnect-an-internet-famous-ponzi-scheme/ MakeUseOf · 2021.07
    10. Indian Authorities Recover Ill-gotten Funds from BitConnect Crypto Ponzi Scheme — Bitdefender https://www.bitdefender.com/en-us/blog/hotforsecurity/indian-authorities-recover-ill-gotten-funds… Bitdefender HotForSecurity · 2025.02
    11. India’s Directorate of Enforcement Seizes $190M in BitConnect Ponzi Scheme Case — CoinDesk https://www.coindesk.com/policy/2025/02/17/india-s-directorate-of-enforcement-seizes-usd190m… CoinDesk · 2025.02.17
    12. BitConnect founder has been fugitive for more than three years, SEC confirms — FX News Group https://fxnewsgroup.com/forex-news/cryptocurrency/bitconnect-founder-has-been-fugitive… FX News Group · 2024.11.18
    13. Indian Authorities Seize $190 Million in Crypto Linked to BitConnect Ponzi Scheme, Track Fugitive Founder — CoinMarketCap https://coinmarketcap.com/academy/article/indian-authorities-seize-dollar190-million… CoinMarketCap Academy · 2026.02.28
    14. BitConnect Founder Indicted in $2.4B Ponzi Scheme Has Disappeared — CoinDesk https://www.coindesk.com/policy/2022/03/01/bitconnect-founder-indicted-in-24b-ponzi-scheme-has-disappeared CoinDesk · 2022.03.01
    15. BitConnect Founder, Indicted in US Over Missing Bitcoin, Is Now Wanted in India, Too — Yahoo Finance / CoinDesk https://finance.yahoo.com/news/fugitive-bitconnect-founder-kumbhani-indicted-105646560.html Yahoo Finance · 2022.08.17
    16. BitConnect’s indicted founder Satish Kumbhani has disappeared, says SEC — Business Standard https://www.business-standard.com/amp/article/markets/bitconnect-s-indicted-founder… Business Standard · 2022.03.01
    17. Remember BitConnect? Victims of $2.4B Fraud To Recoup a Mere $17M — Blockworks https://blockworks.co/news/remember-bitconnect-victims-of-2-4b-fraud-to-recoup-a-mere-17m Blockworks · 2023.01.13
    18. BitConnect founder Satish Kumbhani has vanished from India, SEC says — Fortune https://fortune.com/2022/03/01/bitconnect-founder-satish-kumbhani-disappeared-india-sec-lawsuit/ Fortune · 2022.03.01
    19. BitConnect Founder Satish Kumbhani Indicted by US Court in $2.4 Billion Crypto Ponzi Scam — MoneyLife https://www.moneylife.in/article/bitconnect-founder-satish-kumbhani-indicted-by-us-court… MoneyLife India · 2022.02
    20. BitConnect Founder Indicted in Global $2.4 Billion Cryptocurrency Scheme — Bitdefender (상세 기소 내용) https://www.bitdefender.com/en-us/blog/hotforsecurity/bitconnect-founder-faces-70-years… Bitdefender HotForSecurity · DOJ 기소장 기반
  • Bitradex와 Ponzi

    Bitradex가 뭐지?

    약 4개월 전에 친구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bitradex라는 암호화폐 플랫폼인데,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https://www.bitradex.ai/ko

    AI bot을 활용한 투자 전략. 1일 0.5%!

    이 플랫폼의 특징은 AI bot을 활용한 투자 전략이다. 웹사이트 상에서는 설명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지만 대충 이런 그림이다.


    일정 기간 (30일 ~ 360일) 약정을 하면, AI bot의 투자 전략에 따라 일 수익을 제공한다. 1년 약정을 하면, 하루 0.5%의 수익을 준다. 이것을 복리로 계속 유치한다면 연 471%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실이라면 놀라운 수익률이다.

    자세한 내용은 찾을 수 없지만, ‘Unique fund pool guarantee mechanism’이 기대 수익을 보장한다고 되어 있다. (한국어 버전도 있는데, 번역이 엉망이라 무슨 말인지 더 모르겠다.)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런 수익률이 가능한가?’

    대답은 이렇다.

    훌륭한 training data를 가지고 훈련한 ai가 똑똑하게 차익거래 기회를 포착하여 빠르게 거래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역시 디테일은 못 찾겠다.

    친구의 말로는 투자 전략의 히스토리는 매일 관찰할 수 있고 본인이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고 한다. 친구는 그 성과가 제시된 화면을 내게 증거로 보여 주었다. 물론 그 화면은 bitradex에서 제공한 화면이다.

    친구 소개 추가 수익

    한 가지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친구를 소개하면 추가로 리워드를 준다고 한다. 얼마나 주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친구의 말에 따르면 등급에 따라 달라지게 돼 있다고 한다. 1차로 소개해 준 가입자의 수익의 x%를 받고, 그 가입자가 또 소개해 준 가입자의 수익의 y%를 받는 형식으로 돼 있다. 또한 등급제가 있어서, 등급이 올라갈수록 x, y 값은 상승한다. 즉, 많은 사람을 소개하고 그 소개한 사람이 또 많은 사람을 소개하면 기본적인 ai bot 수익에 추가로 기하급수적인 수익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혁신 vs 사기.

    AI bot이라는 것이 진정 위대한 혁신일까? 만에 하나 그럴 수도 있겠다. 미개한 인간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매커니즘으로 무위험 차익거래 수익을 매일 0.5%씩 올리는 진정 훌륭한 기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차익거래에는 용량이 있다. 거래가 많아질수록 차익거래 기회는 없어진다는 뜻이다. 차익거래라는 것 자체가 시장의 비효율을 파악하고 그것을 효율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USDT 시장의 유동성이 어마어마해서 이 정도 규모의 차익거래로는 비효율이 유지된다고 보는 셈이다.
    또한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훌륭한 기계인지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 AI와 Crypto라는 단어로 최첨단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디테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다. Product Advantage라고 내세운 부분들은 다 좋은 말인데, 너무 당연히 좋은 말이라서 아무 말 안 하는 것과 같다.
    나는 99.9% 사기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전형적인 다단계에 폰지 스킴이다. 이 모든 게 사기이고, 애초에 폰지를 계획하고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설명하는 쪽이 훨씬 깔끔하게 설명이 된다. Parsimonious.

    증거

    구글링만 몇 번 해 봐도 사기 정황이 무수히 드러난다.
    첫째, bitradex.ai 라는 도메인은 이제 갓 1년 넘은 도메인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2022년부터 비즈니스를 해 온 것이 아니다.

    둘째, 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전혀 밝혀져 있지 않다. 소유자가 누구인지 모르겠고, 어느 나라에 설립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실제 피해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기사를 보자.
    bitradex 사기 기사

    믿음

    그러나 증거는 믿음 앞에서 무력하다. Bitradex가 진실이라고 믿기 시작한 이상 그 믿음을 깨기는 무척 어렵다. 수익률이 정확하게 찍히고 있고 BTX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그러하다. 출금이 정지되고 사이트가 폐쇄되어 사기가 명백해지기 전까지는 믿는 사람은 계속 믿는다.
    이것은 이성적이고 비이성적이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똑똑하고 멍청하고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사람은 그렇게 생겨 먹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 교묘함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사기꾼들이다. 백년이 넘게 대형 폰지 사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폰지 사기의 역사)안타까운 일이다.

    결과

    폰지 사기는 규모가 클 수 밖에 없다. 규모를 계속 키우는 것이 유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케이스에서 최선의 결과는 예상 외로 이들이 사기꾼이 아닐 가능성이다. 거의 없다고 본다.
    다음은 이 친구가 적절한 시점에 자금을 회수한 이후 사기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구의 손실은 없다. 안타깝게도 친구보다 뒤에 들어간 사람들이 피해자가 될 것이다.
    다음은 친구도 금전적인 손실을 입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 당장 믿음이 깨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은 이 친구가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폰지에다가 다단계의 성격이므로 너무 높은 단계까지 위치가 올라간다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 같다. 이 단계까지만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 직장인 구보씨의 하루

    구보씨는 부서원들과 점심 회식을 하였다. 이틀 전에 입사한 새파란 신입사원의 환영회를 겸한 회식을 하기로 한 것이다. 보통의 신입사원이라면 술자리를 겸해서 저녁식사를 하였을 것이지만, 이번 신입사원은 특별하였다. 구보씨 부서에서 없던 고졸 신입사원이었던 것이다.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았으니 술자리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록 고등학생쯤 되면 저희들끼리 몰래 술 한 잔씩 했겠지만, 직장에서는 오히려 더 조심해야만 하는 사정인 것이다. 점심 시간이 되어 구보씨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눈치 보고 있던 부서원들도 스르륵 일어났다. 이미 예약된 장소는 다들 알고 있었고 점심시간이야 뻔하므로 한 마디 말 필요 없었다. 눈빛도 필요 없고, 기척으로 ‘밥 먹으러 가자.’라고 말한 셈이다.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는 다른 부서에 굳이 회식한다는 티를 낼 필요도 없으므로 기척 의사소통은 더욱 적절한 수단이었다.
    미리 예약해 둔 스페인 식당에는 모두 여덟명이 자리했다.마침 4인분의 세트메뉴가 추천메뉴로 돼 있어 2세트를 시켰다. 그런데 착석하고 보니 소식가 4명이 한 테이블이고 대식가 4명이 다른 한 테이블에 모여 있는 것이다. 구보씨는 그 중 최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 특히 적게 먹는 직원 1명과 특히 많이 먹는 직원 1명 자리 바꾸는 것을 제안하였다. 특히 적게 먹는 직원은 김다율이었고, 특히 많이 먹는 직원은 강현우였다. 구보씨가 생각 못했던 부분은 음식의 양이 점심식사 자리의 행복의 유일한 결정 요소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식사자리에서 음식만큼 중요한 것은 자리배치였다. 연장자이자 부서장이 제안하니 딱히 거절하지는 않았으나 다율은 그러마하는 대답도 안 하고 얼굴만 붉히고 있는 것이었다. 구보씨는 깨달았다. ‘아 이 친구가 나와 겸상하고 싶어하지 않는구나.’ 직장 생활 20년 넘게 해 온 구보씨는 타고난 성정과 상관 없이 눈치는 빨라졌었다. 게다가 며칠 전에 다율과는 업무적으로 불편한 말을 주고 받은 기억이 있었다. 눈치만 채고 잠자코 있었다면 좋은 꼰대가 될 수도 있었는데, 속 좁은 구보씨는 입 밖으로 말을 꼭 내고야 만다.
    “다율씨가 나랑 같이 먹기 싫구나. 그냥 이대로 먹지 뭐.”
    구보씨는 안 해도 될 말을 또 했다고 생각하며 남 몰래 얼굴을 붉혔다.
    그저께는 야단을 쳐 놓고 지금은 동석을 피한다고 토라지는 거냐? 자존감 한 단계 내려감. 역시 그릇 작은 놈은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약한 사람은 쉽게 대하면서 미움은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냐.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거고, 그렇다고 가운데라는 것도 애매모호하단 말이다. 자존감 두 단계 내려감.
    그래도 음식이 나오고 먹을 것 뱃속에 들어가고 나니 기분은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시덥잖은 취미 이야기, 스포츠 이야기, 여행 다녀온 잡설들을 나누면서 시끌시끌 점심을 먹었다. 서로 간에 적절한 거리 유지하면서, 우리 친한 사이라고 확인하는 정도의 시끌시끌함이다. 이것이 사회생활. 오늘도 직장생활이라고 구보씨는 생각했다.
    오후에는 스터디 모임 시간이 있었다. 구보씨는 평소 부서 직원들의 전문성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특히 강현우는 연차에 비하여 아는 것이 부족하여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늘상 생각해 왔고, 이번에 책 한권을 정해 주고서 발표하도록 시켰던 것이다. 구보씨는 안 좋은 버릇이 있었다. 첫인상으로 선입견을 갖는 경우는 별로 없으나, 한 번 정한 평가를 쉽게 바꾸지 않는 습성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머리가 둔하다고 일단 평가를 내리면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고 삐딱하게 보는 것이었다. 현우는 이미 그 단계에 접어 들어 있는 상태였다. 비록 그 둔한 머리를 개발해 주고자 좋은 의도에서 공부를 시킨 것이지만, 시킬 때마다 실망하고는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책의 텍스트만 읽었을 뿐 행간을 읽지 못하고 요점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번역을 잘못한 것까지 있었다. (정해준 책은 영어로 된 책이었다.)
    “이거 번역이 맞나? hard enough that ~~ 이라고 하면 ~~하도록 충분히 어렵다는 뜻 아냐? ~하기 어렵다는 뜻이야?”
    현우도 안 좋은 버릇이 있었는데, 바로 머리는 둔한데 지는 것을 싫어해서 우기기를 잘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같은 뜻 아닌가요?”
    “아니. 어떻게 그게 같은 뜻이야? that 이하가 어려운 거야? 지금이 영문법 시간도 아니고, 내가 번역까지 바로 잡아줘야 돼?”
    당신 평소에 유학파라고 영어 잘한다고 티내고 다니지 않았어?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번에는 점심시간의 섣부른 혓바닥의 실수가 약이 됐던 모양이다.
    “제 뜻은 같은 뜻으로 말한 거였는데… 그럼 제가 잘못 쓴 거 같습니다.”
    “번역 잘못했다고 하면 되지 왜 우기길 우기나?”
    역시 작은 그릇은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비아냥거리면서 얘기할 거리는 아니었는데 또 이런다. 이러면서 또 미움은 받고 싶지 않겠지. 구보씨는 그 뒤의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화제가 전환되면서 영어 번역 문제는 금세 잊혀졌지만 구보씨 자존감은 또 한 단계 하락.
    퇴근이나 해야겠다. 아내에게 말을 거니 아내가 선수를 쳤다. 중년의 우울감을 먼저 토로하는 것이다. 여자의 갱년기가 무섭다고들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게다가 구보씨도 아내의 갱년기에 대하여 짐작은 하고 있었던 터라, 신중하게 대꾸했다. 나도 오늘 별로 유쾌하지 않단다. 네 우울감 들어줄 여유가 없단다. 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구보씨는 사려 깊고 진지한 말투로 아내를 위로하였다. 구보씨 자존감 한 단계 상승. 이렇게 속 넓은 사람이었다니. 스스로 대견해했다.

  • 정치는 이야기하자

    21대 대선은 예상대로 이재명이 당선 되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이후 이미 대선 결과는 정해져 있던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이재명 당선 자체에 대해서는 별 관심도 없다. 심지어 대선 다음 날인 오늘 아침까지도 뉴스조차 찾아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득표율을 보고서는 참담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국민의힘 후보가 41% 넘는 득표를 얻은 것은 나로서는 충격적인 일이다. 김문수라는 인물 자체가 어떤 매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저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후보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후보에게 41%라니… 그러니까 순전히 국민의힘이라는 당에 그렇게 표를 준 것이다. 내란이 발생한 지 6개월만에 다들 잊은 것인가?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혐오스러운 것인가? 어떻게 해석해야 될 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정권 바뀐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지인들도 많은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이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건 이미 정해진 결과였을 뿐이다. 이재명 외의 다른 후보가 나왔다면 달라졌을까? 그랬을 지도 모르겠지만, 또 어떤 하자를 끄집어 냈을지 모를 일이다. 이번 투표 결과는 정치가 논쟁을 통해 서로를 설득해 가는 과정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양보할 수 없는 믿음의 영역에 가깝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나 역시도 예외가 아닐지도 모른다. 나 또한 전형적인 연령대, 성별, 지역의 배경 때문에 정치적 입장을 종교적인 형태로 점지 받았고, 그것을 의심 없이 맹목적으로 따르고 살아 왔는지도 모른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이러한 나에 대한 의심이 마음 한 구석에 찝찝함으로 남아 있다가도 금세 짓밟혀버린다. 머릿속에서 나만의 논리를 몇 번 치고 받고 하고 나면 결론은 나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강화일 뿐이다. 찝찝함은 잠시 장판 밑에 쓸어 넣고, 저 무식한 것들이 나라를 망친다고 한탄하면서 일상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제대로 나의 이 찝찝함을 풀어 버릴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처한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을 때 환경이라는 말이 내재적으로 품고 있는 한계 때문에 그러하다. 내 주변에서는 죄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 십상이다. 그러니까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는 정치에 대한 나의 종교와 같은 신념이 (만약 진짜로 내가 맹목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강화가 될 가능성만 있을 뿐, 그것에 도전해 줄 상대방은 찾기 어렵다. 그렇지만 반드시 내가 끼리끼리 놀고 있기 때문에 도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나와 다른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나와 반대 되는 종교로서의 정치를 믿고 있는 자를 만나게 될 때도 있다. 정확히는 그러한 냄새를 맡을 기회가 있다. 그러면 피차 간에,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피하게 된다. 이것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한 번씩 정치에 대한 대화로 홍역을 치러 본 사람들의 본능 같은 것이다. 상대방과 앞으로도 사회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정치 이야기는 피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는 것을 다들 몸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는 점점 더 골이 깊어질 뿐이다. 불편하더라도 정치 이야기는 자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지만,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정치적인 주제에 흠칫 놀라고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려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정치 야이기는 하지 맙시다!’라고 사전에 선을 그어버리는 말은 안 했으면 한다. 불편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다른 면을 탐색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 분수

    엊저녁 일만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다. 얻어 맞은 눈두덩이가 욱신거려서 괴로운 것은 차라리 견딜 만하다. 나이 서른이 다 돼 가는 마당에 그런 변변찮은 녀석에게 얻어 맞았다는 사실이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다. 어찌 됐든 이번 일은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수를 모르는 것들이 설치는 꼴을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도피유학이라는 말만 안 했어도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 말이 화근이었다. 도피유학이라니… 부모의 재력도 능력 아닌가? 좀 더 큰 세상 보려고 6년 동안 고생했는데 이런 취급이라니. 없이 자란 것들이 열등감에서 만들어 낸 말이 도피유학 아니던가?
    오랜 유학 생활을 마치고 리버럴 아트 스쿨(Liberal Art School)인 ABC 대학을 졸업한 것이작년이었다. 바로 K물산에 합류하여 경영자 수업을 받을 수도 있었으나, 아버지의 권유로 대박경영컨설팅에 입사한 것이 6개월 전 일이었다. 컨설팅 업계에서 일해보는 것도 향후 큰 일 하기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라는 말씀이시었다. 말하자면 아버지께서는 경영 수업을 외주 맡기신 셈이다.
    어제는 입사 6개월을 기념해서 회사에서 호형호제하고 지내는 A군, B군과 한 잔 하는 자리를 가졌었다. A군과 B군은 평범한 집안 출신 녀석들이지만 나와는 죽이 잘 맞는 편이다. 좋은 술 한 잔 사주면 좋다고 강아지 마냥 따라오는 그런 단순한 녀석들이다. 같이 놀기에는 딱 적당한 친구들이다. 게다가 무식한 일반인과 달리 리버럴 아트 스쿨이 뭔지도 알고 ABC 대학에 대해서도 제대로 평가할 줄 아는 녀석들이니 기본은 된 녀석들인 것이다.
    기분 좋을 정도로 취했을 때 사건은 우연하게 일어났다. 2차로는 클럽이나 데려가 줘야겠다 생각하는 찰나에 멀리 구석 자리에 아는 얼굴이 힐끗 보였다. 바로 그 문제의 영업1부 K부장이었다. 보아하니 거래처 사람 상대로 접대를 하는 모양이었다. 안경 낀 눈 너머로 누가 봐도 영업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특유의 비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깡마른 체구에 키만 전봇대처럼 큰 사람이 억지 웃음을 짓고 있으니 처량해 보이기까지 했다. 앞자리에는 50대 중반에 기름기 흐르는 검붉은 얼굴의 아저씨가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저기 K 부장 보이냐? 쩔쩔매는 거 봐라. 내가 가서 좀 거들어야겠다.” 라고 말하고 K부장에게 다가가려 했는데 A가 말린다.
    “야. 우리가 낄 자리는 아닌 거 같은데? 중요한 고객인 거 같은데 신입사원들이 가서 괜히 끼면 방해만 되지 않냐?”
    비록 죽이 잘 맞는 녀석이라고 해도 없는 집 출신이라 비루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리저리 눈치 보면서 자라 와서 세상을 당당하게 살지 못하는 것이다.
    “기다려봐.”
    나를 말리는 손을 뿌리치고 K부장에게 다가갔다. 부장은 나를 못 알아보는 것 같았다. 눈만 끔뻑이면서 쳐다보는 것이다.
    “K부장님, 여기서 뵙네요. 이번에 영업2부에 합류한 J입니다.”
    한참을 생각하는 듯하더니 대꾸한다.
    “아아… 이번에 입사한 신입사원이군요?”
    “네. 맞습니다. 잠시 합석해도 될까요?”
    한 10초 정도 어색한 시간이 흐른 뒤 K가 앞자리에 앉은 검붉은 얼굴에게 말했다.
    “사장님. 저희 회사 J군인데, 합석해도 괜찮으시지요? 젊은 친구 얘기도 좀 들어보면 좋을 거 같네요. J씨 이 쪽으로 앉으시죠. 참 적극적인 친구네요.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서 한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멀리서 A, B군들은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나를 보면 돌아오라고 계속 손짓을 했다. 이런 코딱지만 한 회사 부장이 뭐 별 거라고 그렇게 어려워하는지 모르겠다. 비굴한 녀석들이다.
    이 쪽에서 펼쳐지는 대화도 만만치 않게 비굴하다.
    “그러니까, 사장님. 이번 일 맡겨 주시면 저희 인건비만 받고 하겠습니다. 저희 사정 아시잖아요. 이거 당장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닙니다. 저희가 좋은 직원들 많고 역량도 많은데 트랙 레코드가 없는 게 문제 아니겠습니다. 사장님은 저희 원가로 쓰시면 됩니다. 저희가 수익은 다른 데 가서 벌겠습니다. 하하하. 아이고 이거 제가 좋은 자리인데 말이 많네요. 딱 이 말씀만 드리고 이제 일 얘기 안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냥 맘 편하게 드시죠. 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검붉은 얼굴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참. 불편하게 하시네. 저도 월급쟁이 사장이에요. 경험 없는 회사에 프로젝트 맡겼다가 망치면 저도 곤란해요.”
    “사장님.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저희 직원들 다 고급인력들입니다. 유학파 직원도 많습니다.”
    “아니 경험이 중요하지, 유학 갔다 왔다고 고급인력입니까?”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에 내가 한 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었다.
    “유학 다녀온 사람은 생각하는 스케일부터가 다르지요. 보는 시야가 다르다 이 말씀입니다. 게다가 여유 있는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 매너도 세련되고 생각도 구김이 없지 않겠어요?”
    검붉은 얼굴이 비웃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이 친구 재밌는 친구네. 조기 유학 가는 놈들 태반은 싹수 안 보이는 애들이 도피유학 가는 거 아닌가요??”
    “도피유학이요? 허. 사장님은 어디 얼마나 좋은 학교 다니셨어요?”
    “아… 혹시 이 친구도 도피유학생 출신이신가? 하하하. 발끈하는 거 보니까… 맞네? 하하하하.”
    시종 떨떠름하게 얘기하던 검붉은 얼굴이 도피유학생 얘기에는 배꼽 빠지게 웃는 것이다.
    내가 대꾸했다.
    “참. 이 아저씨 말 심하게 하네. 도피유학이라니. 아저씨. 우리 아버지 누군지 알아요?”
    그랬더니, 잠자코 있던 K부장이 한다는 소리가 이렇다.
    “J군. 무슨 짓이야? 예의가 없구나! 얼른 사과 드리고 자네 테이블로 돌아가게.”
    볼 것도 없이 화끈하게 테이블을 들어 엎어 버렸다. 꼭 술기운에서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런 수모를 가만히 참고 견디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당황하는 표정을 보니 볼만 했다. 입사한 지 3개월 된 내가 그런 배포가 있으리라고 다들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침 한 번 탁 뱉아 주고 나서 말했다.
    “당신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야? 우리 아버지 K물산 대표야!”
    그렇지만 나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말라깽이에 순둥이인 줄만 알았던 K 부장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내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 아닌가? 눈두덩이 언저리를 얻어 맞았더니 별이 번쩍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다리가 휘청거렸다. 순식간에 A와 B가 뛰어와서 뜯어 말리고 술집은 난장판이 됐다.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집에 와서 잠들었다. 이제 잠을 깨고 보니 어제 있던 일들이 하나씩 떠오르며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억울함보다도 궁금증이 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비단 이번 일 뿐만 아니라 여태껏 살면서 계속 궁금했던 점이다.
    어떻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해 본 사람들도, 세상이 평등하다고 믿는 것일까? 순진하게도 학교 사회 시간에 배우는 평등이라는 것을 아직도 진리라고 계속 믿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몇 마디 나눠 보고 눈을 조금만 크게 뜨면 이마 위에 계급장이 떡하니 보이지 않던가? 그럼에도 분수 모르는 것들이 많이 설치고 다니는 것을 보면 학교 교육이라는 게 정말 대단한 세뇌인 모양이다. 지나 내나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좀 젠틀하게 대해 주면 금세 분수를 잊어버린다. 그러고 나서 꼭 곤욕을 치르고 나서야 눈물을 흘리면서 후회하는 것들이 많단 말이다.
    어제 K도 마찬가지다. 50세 정도 살았으면 인생을 알 나이가 된 것 아닌가? 지천명은 못하더라도 대충 세상이 어떻게 돌아간다는 것 정도는 눈치로 알 나이가 됐을 법도 한 일이다. 접대하는 상대방 앞에서 하는 행태를 봐도 분위기 맞출 줄 아는 자였을 것인데, 분수를 까먹고 일을 저지른다 말이다.
    본가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당당하게 살지 못하고 얻어 맞고 다닌다고 잔소리를 들을 게 뻔하지만, 어쩔 수 없다.
    C변호사가 내 집 초인종을 누른 것은 전화를 끊고 1시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C변호사는 중학교 다닐 때부터 귀찮은 일이 있으면 깨끗하게 처리해 주던 내 전담 변호사이다. 이번 일은 특별히 더 깨끗하게 처리해 주기를 지시했다.
    “변호사님. 그 사람, 자기 분수 안 까먹게… 그것만 해 주세요. 합의금 1억만 넘어가도 무릎 꿇고 빌 거에요.”
    C변호사에게 이번 일은 너무 쉬운 일이다. 어쨌든 내가 피해자인 사건이다. 게다가 아버지 회사 K물산은 대박경영컨설팅의 최대 고객이니 결과는 뻔한 것이다. 어떤 처분을 내릴까 결정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님. 그 사람 회사는 계속 다니게 해 주세요. 쥐뿔도 없는 인간이라 지 발로 나가지는 않을 겁니다.”
    “예, 그렇게 하지요.”
    “그리고 아버지한테 저 이 회사 몇 년 더 다니고 싶다고 좀 전해주세요. 1년만 다니다가 회사 들어오라고 하셨는데, 여기 재밌는 회사네요. 앞으로도 재밌는 일이 많을 거 같아요.”
    분수를 제대로 알게 된 K와 오래 같이 일하고 싶다. 가능하면 같은 부서로 발령을 내도록 하겠다 생각했다.

    회사에는 폭행 후유증으로 병가를 신청했다. 남 얘기 좋아하는 족속들이 많으니, 이미 소문이 쫙 퍼졌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병가를 내지 않아도 알아서 처리했을 것이지만, 예의는 지켜 줘야겠기에 정식으로 병가를 신청했다.
    저녁 무렵 돼서 A와 B에게 전화를 넣었다. 이 녀석들은 그나마 분수 알고 전화하면 언제나 오케이하는 녀석들이다. 비굴하게 헤헤거리는 게 꼴사나울 때도 있지만 그나마 상종할 수 있는 녀석들은 이 녀석들이다.
    “야. 어제 못 놀았잖아. 마저 놀아야지? 형이 오늘은 클럽 쏠게. 잽싸게 나와라.”
    썬글라스 큰 놈으로 하나 꺼내 쓰고 인생 즐기러 나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