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 of wealth

제목부터가 ‘The origin of species’로부터 빌려왔다. ‘부의 기원 The origin of wealth’는 진화론의 관점에서 경제를 해석하려는 시도를 한 책이다. 결론적으로 아주 독창적인 ‘originality’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훌륭한 책이다.

저자는 현재의 주류 경제학의 방법론을 물리학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말한다. 모델을 세우고, 적절한 가정을 하고 (예를 들면, ‘마찰이 없다면…’과 같은) 그것을 수학적으로 풀어내며 현실에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물리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의 방법론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방법론을 차용하여 경제 현상을 분석하려고 시도하였다. 대표적으로 ‘이기적이고, 완벽하게 이성적인 인간이라면…’으로 시작하는 가정을 세우고, 모델에 이 가정으로부터 예측된 인간의 행동을 반영하는 식이다.
그러나 경제학의 방법론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자연과학에서 ‘마찰이 없다면…’이라는 가정은 그 모델이 설명하고자 하는 핵심을 설명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 반면, 경제학에서의 가정은 모델의 본질을 훼손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인 인간에 대하여 가정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과도하여 경제 현상에 대한 분석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이미 주류 경제학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행동경제학에서 비슷하게 다루고 있는 바이다.
분명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나 역시도 이런 저자의 생각에 상당 부분 공감을 하는 바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경제학자들을 폄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경제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지, 그 동안의 경제학의 접근 방식 자체를 매도해 버리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경제학자들이 그 이후의 자연과학의 발전을 따라오지 못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자연 과학에서는 ‘평형’상태를 상정하고 방정식을 풀어 대는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이후의 물리학은 혼돈 이론이라는 것을 발전시키고 있다. 반면, 경제학에서는 아직도 평형상태를 논하고 있으니, 18세기 물리학에서 방법론을 차용한 이후로 경제학은 머물러 있고 자연과학은 발전해 온 셈이다.
장황하게 얘기했으나, 어쨌든 책의 전반부는 현재 경제학의 분석 틀의 한계와 진화론의 개념을 적용한 ‘복잡계 경제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진화론의 개념에 대해서도 매우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으니, 그만으로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책 후반에는 각 분야에서 복잡계 경제학의 개념이 의미하는 바와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다. 경제,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약간은 무리하게 본인이 만든 틀에 우겨 넣으려는 시도도 보이고 있고 때로는 다소 학술적으로 진화 매커니즘에 대해서 정리해 두고 있다. 실은 상당히 방대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관통하는 논지는 ‘Exploitation / Exploration’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Exploitation이라는 것은 성공적인 진화의 상태 (비즈니스에서 보면 현재 잘 팔리는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는 것이다. Exploration이라는 것은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 다른 기회를 탐색하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돌연변이로부터 비롯될 것이고,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회사들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존재하는 ‘신사업’ 부서들에서 인간에 의해 의도된 변화로부터 비롯된다. 자연상태에서 돌연변이 중 대부분은 살아 남지 못하는 것처럼, 신사업들 중 상당 수는 사장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살아 남는 비율은 자연 상태의 돌연변이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다.
Exploitation과 Exploration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 책을 관통하는 아이디어이다. Exploitation에만 집중하는 생물체, 또는 회사들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환경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환경은 자연 환경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Exploration에만 집중하다 보면 현재 사업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즉, 는 것이 책을 관통하는 아이디어이다.

우리 사회를 보면 해방 이후 현재까지도 ‘Exploitation’에 몰빵해서 살아 왔다. Exploration이 필요 없던 이유는 앞에 길이 뻔히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한 것은 우리는 아직까지도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 도태되거나 의미 없는 세력이 될 게 뻔했던 분파를 없애기 위해서 정당을 없애 버린 것이다. 이것은 정당 자체의 해산이 옳으나, 그르냐의 개별 사안으로서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다양성에 대해서 더 받아 들이기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경제, 정치 모든 면에서 마찬 가지가 아닌가 싶다. 결국에는 굳어서 사회 전체가 도태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민주주의에는 두 가지 좋은 점이 있다. 하나는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 의견들을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마지막 챕터에서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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