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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부산 무박 종주 후기

2년 전 – 장거리는 안 타나?

약 2년 전, 2021년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싸 안양방에 열심히 나오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중간 보급지에서 샤콘느 형님이 물으셨다.

“압지는 장거리는 안 타나?”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장거리 타는 거 좋아합니다. 200km 정도는 가끔 타지요.”
“아니, 장거리는 안 타냐고..”
“??????”

보통 사람이 탈 수 있는 한계가 200km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옆에 있던 소가 거들었다.
“조만간 안부 한번 올릴게요. 좋은 소식 있을 겁니다.”
“안부가 뭔가요?”
“안양 부산이요.”
“아. 국토 종주하는 거군요? 보통 2박 3일 하죠?”
“아뇨. 우리는 당일치기 해요.”

뭐야. 이 사람들… 이상해.
21년 10월에 소의 안부 벙이 올라 왔으나, 아직 코로나 시국이고 해서 참가자가 부족으로 성사 되지 못했었다. 어차피 나는 참가할 엄두를 못 냈었던 때였다.

2개월 전 – 훈련의 시작과 추노

23년 7월 중순. 이번에는 쇼님(소님 아니고)의 안부 계획이 공지 되었다. 진짜 ‘장거리’에 굶주렸던 사람들이 모여 훈련이 시작 되었다. 나는 참석 못할 형편이었기 때문에, 부러워하고만 있는 와중에, 다들 체계적으로 거리를 늘려 가며 대비하고 있었다.
나는 2차 훈련이 끝나고 3차 훈련 즈음에 상황이 바뀌어서 슬쩍 중간 합류 가능을 물었더니 고맙게도 받아 주셨다. 막상 참가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훈련량 부족인 것이 조금 신경 쓰였다. 그러나 이 정도 뭐 금세 따라잡을 줄 알았다. 올해 마일리지가 되는 편이니까 잘 될 거다 생각했다.
3차 훈련, 서울 300 코스. 진심으로 라이딩 중 토할 뻔 했다. 이거 큰일이다. 훈련 상태가 다들 장난 아니다. 훈련량도 부족한 주제에, 살살 끌어 보고자 교만했었다. 살아 남는 것을 목표로 수정. 훈련량을 추노하기로 한다.

D-7

다급한 마음으로 몸 관리에 들어간다. 하필 비가 와서 실전 훈련이 안 된다.
주말 동안 즈위프트 100km 1회, 160km 1회로 훈련했다. 이것으로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까…
술도 안 마시고, 일도 잘 안 하고, 긴장 타면서 몸관리를 했다. D-5일부터 기상 시간을 1시간씩 앞당겨 22일은 새벽 3시 기상했다. 멍때리다 아침 회의 안 들어간 건 비밀.
D-3일부터는 탄수화물을 달고 살았다. 살아야 되니까, 최선을 다해 먹었다. 결과는 D-1일 평소 몸무게보다 3kg 증가. 원래 고무줄 몸무게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로딩 됐겠지.

D-Day 새벽 01:30 – 와이프 찬스를 쓰다

라이딩의 성패는 모닝 경량화에 있는 법. 처절하게 실패했다. 0%.
비우지는 못했지만 다시 피자와 스파게티를 입에 처 넣는다. 살아야 되니까…
모임 장소인 인덕원까지는 집에서 자전거로 22km 정도이다. 평소 주말 라이딩 같으면 그냥 자전거 몰고 오겠지만, 생존이 목표이므로 와이프 찬스를 썼다. 01:50 와이프를 깨우고 차에 자전거를 싣고 인덕원을 출발. (마눌님께 충성! 충성! 충성!)
02:30에 도착하고 보니 우리의 서포터 꾸숑 형님과 도채가 와 있다. 2등.

자전거는 못 타도 집합은 빨리

“이 순서대로 부산 들어갈 거다!” 꾸숑형님 말씀해 주셨지만, ‘형님 저는 오늘 겸손한 라이더입니다.’라고 생각했다.
다들 긴장하셨는지 집합 시간 한참 전에 도착하시고 (이 정도 거리는 껌이신 봄날 형님만 여유 있게 딱 맞춰 오심) 번짱 쇼사마님의 간단한 브리핑 후 03:00 정시 출발하였다.
드디어 Grand Depart!! 2년 전에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무리에 내가 끼게 된 것이다.

13명 모두 정시 도착, 정시 출발
Grand Depart!

안양에서 여주까지.
75km.
03:00 출발. 05:45 도착.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 아직 도심이지만 그렇게 느껴진다.
소의힘, 쇼사마, 레이닝, 요나스 등 강력한 말들의 안정적인 리드로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다. 이 정도 페이스면 딱 좋다. 완주할 수 있겠다. 자신감도 좀 생기지만 이러다가 오버하면 큰일이니 흥분하지 않도록 한다.

꾸숑 형님의 서포트 덕분에 더욱 차량 위협은 크게 느끼지 않았다. 게다가 길이 어두울 때 상향등으로 앞을 비춰주는 센스까지!
그런데, 언젠가부터 꾸숑 형님 차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교차로에서 신호에 걸린 모양인데, 그 이후로 팩을 놓치신 모양이다. 게다가 길까지 잘못 들어서 결국에 합류한 지점은 1차 보급지인 여주 휴게소였다.
여주 휴게소까지는 수월하게 온 편이다. (당시에는 힘들었으면서 지나고 나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글로 쓰니까 75km가 순식간이구나. 그러니까 자전거 또 타러 나가지.)

보급지에서 파랑나사는 똥참치 신화의 시작을 알리는 첫 경량화를 성공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급은 생략한다. 봐주는 거 없이 보급 못했다고 해도 그냥 출발한다. 그렇지만 조금 부럽다. 보급보다 경량화 성공이 이득인 것 같다.

토막 상식: 참치는 멸치와 반대로 덩치 큰 라이더를 말한다. 참치는 의외로 빠르다.

파랑나사는 어디에?

여주에서 조령까지.
82km, 누적 157km.
06:00 출발. 08:50 도착.

기온이 올라가 주유소에서 바막을 벗고 잠시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와중에 누군가는 2차 경량화를 성공했다.

여주 휴게소를 출발하고 조금 달리다 보니 해가 뜨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조금씩 로테를 돌았다. 다들 폼이 괜찮은 것 같다. 누구 하나 페이스 떨어뜨리는 사람이 없다. 간혹 페이스를 너무 올리는 말이 나타나면 곧바로 제어 들어간다. 3차에 걸친 연습 라이딩을 통해 말 관리 노하우가 생긴 듯 하다. 노련하다.

다음 보급지인 조령휴게소가 가까워지자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최근 최상의 폼을 자랑하고 계시는 요나스 형님은 지치지 않는 페이스로 치고 나가기 시작하시고 마침내 소조령 터널 안에서 팩이 갈라졌다. 꾸숑 형님께서 ‘후미 쳐졌어!’라고 소리 치셨지만, 다들 너무 힘들어지면서 말 관리할 여력이 없나 보다. 다행히 갈라진 팩은 레이닝형님이 수거하셔서 무사히 조령 휴게소까지 도착했다.

끌어재끼시는 요나스형님.
수거 담당 레이닝 형님과 수거 당하는 연비. 그러나 수거 당하는 연비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조령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조령휴게소는 맛집휴게소이다. 자덕한테 맛집 추천 받지 말라던데…
꾸숑 형님의 서포트는 여기까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형님과는 작별했다. 형님의 이 은혜를 어찌 갚나.

아직 절반도 못 왔지만, 이제 로동당사 다녀오는 정도만 타면 도착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좀 놓인다. 전혀 논리적이지 않지만 그렇게 위안을 삼아 본다.

조령휴게소에서 의성 봉평면.
88km 누적 245km.
09:50 출발. 13:05 도착.

다음은 계획 상으로 가장 긴 구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령, 이화령을 넘어간 구긴이기 때문에 다행히 대부분 다운힐이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바람 방향도 살짝 역풍인 것 같다. 쉽지 않은 구간이 예상된다.

이번 라이딩의 유일한 아쉬움. 낙차.. 204km 지점

예천에 접어 들어 다운힐을 하는데 다운힐 끝에 로타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속도가 조금 빠른 듯 싶었고 로타리가 각이 급해 불안하게 빠져 나오는데 뒤에서 퍽 소리가 들린다. 보지 않고도 낙차인 걸 알고 선두를 불렀다. 우리의 에이스 1번말 요나스 형님께서 슬립으로 낙차하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자전거가 거의 전손 되면서 모든 충격을 떠안고 형님은 크게 다치진 않으신 점이다.
체력 떨어진 시점에 다들 각성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아쉽지만 요나스 형님은 콜택시를 불러 복귀하실 수 밖에 없었다. (복수전 가시죠 형님. 제가 능력은 안 되고 쇼나 소가 복수전 기획할 겁니다. 그렇죠?)

편치 않은 마음이지만 목표한 바가 있으므로 우리는 다시 길을 재촉하고 어찌어찌 다음 보급지에 도착한다. 가장 긴 구간이었으나 중간에 사건으로 인해 잠시 쉰 덕에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다.

의성 봉평면에서 영천 화산면.
49km. 누적 294 km.
13:43출발. 15:38 도착.

원래 계획은 70~80 km마다 보급이었으나 다들 체력적으로 힘들어진 관계로 50km 보급으로 변경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이 동네는 평지라고는 없는 것 같다. 무한 낙타등의 반복. 안장통이 시작되려고 한다. 입문 후에 몇 년간 느껴본 적 없는 고통이다. 이 즈음에서는 꾸숑 형님도 안 계시고, 다들 힘들어서 사진 한장 찍을 겨를도 없다.
죽으란 법은 없으니 지점의 보급은 우연히 발견한 중국집. 짜장면 후루룩 마시고 숨 돌릴 틈 없이 다시 출발한다. 역시 편의점 보급에 비해 든든함이 다르다. 힘이 좀 나는 것 같다.

영천 화산면에서 언양시 모처.
73km. 누적 367km.
16:10 출발. 18:43 도착.

이제 100km만 더 가면 된다. 출발 전에 가장 걱정했던 구간이 이 곳이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차량이 많아질 것을 걱정했었다. 운 좋게도 차량도 그렇게 많지도 않다. 감사합니다. 바람도 순풍이다. 전 구간을 통틀어 가장 신나게 달린 것 같다. 심지어 신호마저 칼 같이 떨어져서 거의 멈춤 없이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힘든 것은 힘든 것. 안장통이 심해진다. 50km 주행 후에 보급지를 애타게 찾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예상보다 늦게 보급지를 찾아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가 그만큼 남은 거리가 줄었다.

언양시 모처에서 부산 노포동까지.
37km. 누적 404km.
19:10 출발. 20:33 도착.

남은 구간 역시 신나게 달린다.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게다가 마지막 업힐 하나만 제외하면 대부분 다운힐이라고 봄날 형님께서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물론 용기를 북돋아 주시기 위한 말씀이셨다. 당연히 낙타등 자그마한 업힐들 넘어야만 했다. 몸은 고통스럽지만 마음은 고통스럽지 않다. 이제 다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벌써 밀려들어 살짝 흥분 상태가 유지된다.
마지막 남은 힘 짜내 마지막 긴 업힐도 영차영차 올라간다. 그 와중에 우리의 연비는 아직 힘이 남았는지, ‘나는 참치들과 다르다’라고 말하는 듯 마지막 업힐을 날아 가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역시 훈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노포동 업힐이 있어 오히려 극적인 라이딩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관문을 쉽게 내줄 수 없다는 듯 긴 업힐. 업힐이 끝나는 시점에 나타나는 ‘부산광역시’ 표지판이 극적인 효과를 더해 감격스럽다. 이게 별거라고 이정표 앞에서 너도 나도 사진 찍다가 번짱의 채찍질에 마지막 다운힐을 하고 라이딩은 끝이 난다.

임무 완료!

이후

열심히 끌어주시기만 하시던 소님께서는 저녁도 못 드시고 익일 출근을 위해 올라가야만 했다. 아쉬움. 우리도 식당을 찾아 약 2km를 다시 자전거로 이동해서 삼겹살 집을 찾아 폭풍 흡입을 했다. 폭풍 흡입을 하긴 했지만, 자덕에게 맛없게 느껴지는 식당이라니… 다시 자전거로 터미널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몇 잔 마시지 못한 게 아쉽다. 다음 뒷풀이를 기대해 본다. 숙박을 하시며 2차를 달리실 형님들을 뒤로 하고 복귀파들은 다시 터미널로 향하고 버스 시간까지 긴 기다림에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편맥이라도 하려고 했으나, 터미널에 있는 편의점은 23시가 넘으면 무인 점포로 전환 되면서 맥주 판매가 중단 된다. 내가 맥주를 집어 든 시간은 23:02였다. 술 그만 먹고 얌전하게 올라가라는 계시였던 거다.
벅찬 마음으로 버스에 오르자 마자 골아 떨어지고 긴 여정은 끝났다.

나 자신이 부산을 무박으로 가는 이상한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었다.

맺으며

어려운 행사 준비해 준 쇼사마님께 감사 드립니다.
언제나 모범이 돼 주시는 샤콘느, 마산아재, 코시스 5학년 3인방 형님들 덕분에 즐거운 라이딩이었습니다. 저도 빨리 5학년 돼서 자전거 잘 타고 싶습니다.
랜도너스의 천상계에서 몸소 인간계에 내려와 주신 봄날 형님께 감사드립니다. 같이 라이딩할 때마다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꿀벅지 널브로 형님, 여전한 클라스! 순간적인 밀바까지 너무 감사합니다.ㅎㅎ 똥참치 파랑나사와 근육참치 도채아빠 덕분에 라이딩 내내 유쾌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라이딩은 레이닝 형님과 소님의 엔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비님 총무하느라 고생 많으셨고 날이 갈수록 성장하시니 무섭습니다. 역시 훈련의 힘. 요나스 형님. 힘들게 끌어만 주시고 끝까지 함께 못해서 너무 아쉽습니다. 건강하게 복귀하시길 빌겠습니다. 꾸숑 형님의 감동적인 서포트카 정말 감사 드립니다. 리커버리 잘들 하시고 인간적인 라이딩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궁평항 라이딩 후기 – 이런 것이 불행 중 다행

자전거를 타다가는 심각한 부상 또는 사망의 위험에 노출되게 마련이라고 한다.

로드 바이크 입문 후에 두 번의 낙차 경험이 있었으나 모두 빗길 자빠링이었고 그렇게 고속 주행 중은 아니었다.
이번에 당한 낙차처럼 아찔한 순간은 처음이다. 상세히 경위를 기록해 두어 앞으로 안전 라이딩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화성시 마도산업단지에서 궁평항에 이르는 길은 마도미개통로라고 불리우는 13km가 넘는 평지 구간으로 속도를 내기에 좋은 구간이다. (실제로는 개통된 도로이다.)

2022년 8월 15일 광복절 약 20여명의 팩으로 이 구간을 포함하는 코스를 라이딩할 계획이었다.
남서풍이 매우 강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역풍이다. 마도에서 궁평항까지 가는 길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250W 파워를 내도 30km/h를 넘기기 쉽지 않았다. (내 몸무게는 62kg이고 ftp는 230w 정도이므로 한계영역에 해당하는 파워이다.) 그런 역풍을 뚫고 13km를 행군하다시피 라이딩하고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당연히 돌아갈 때의 순풍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마련이다. 복귀 길은 50km/h 넘게 나오겠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살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인원 수가 많고 오픈 구간이므로 자유롭게 달릴 것인데, 역풍에 대한 보상으로 다들 속도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막상 달리기 시작하고 나서는 팩에서 흐를 것이 두려웠다.

채 2km를 가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어이 없게 혼자서 왼쪽으로 구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원인은 노면의 세로 홈이었다.

원래부터 이런 상태였는지 폭우 후에 망가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로드 바이크로서는 치명적인 세로 방향 홀이 있었고 거기에 딱 걸려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홀을 피하지 못하고 낙차까지 이어지게 된 원인을 좀 생각해 보아야겠다.

다른 블랙박스 화면을 보면 우측에 작업하는 트럭이 보인다.

자전거는 우측 차로로 주행하게 돼 있으나, 이 트럭으로 주행이 불가능하게 되어 좌측 차로로 나갔다가 다시 우측으로 들어오게 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오픈 상황이었기 때문에 열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서 좌우로 주행 라인이 조금씩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와중에 홀과 겹치게 된 것이다.
또한 속도가 매우 빨랐다. 스트라바 기록으로 보면 낙차 직전 속도가 43 km/h로 돼 있다. 게다가 드래프팅을 하기 위해서 간격을 좁게 주행하고 있어서 홀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나서 대처할 시간이 없었다.
다음으로 영상을 자세히 보면 내가 우측에 홀을 가리키는 신호를 하는 것이 보인다. 내가 걸려 넘어진 홀 우측에 다른 홀이 있어서 거기에 시선이 쏠리고 후미에 주의를 주느라 내 앞의 홀은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앞 사람의 홀에 대한 콜이 없었다. 이 날 전반적으로 콜이 없었는데, 다들 속도감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리고 오픈 상황일수록 콜을 잘 해야 될 거 같은데 힘들어지면 오히려 다들 소홀해지는 경향을 자주 본다.
이런 모든 원인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정확하게 걸린 것은 불운에다가 노면 주시를 게을리한 나의 과실이 겹친 결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첫째는 내 뒤에 오던 일행 중에 가티 낙차에 휘말린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매우 빠른 속도였음을 감안하면 기적적인 일이다. 영상에서도 보면 간발의 차이로 피한 것을 볼 수 있다. 피했다기보다는 피해졌다고 봐야 되는데, 내가 왼쪽으로 구르면서 자전거는 바닥에 부딪히며 튀어 올랐는데 그 때 휠이 지면에 수직으로 튀어 올랐던 것이다.
둘째는 빠른 속도의 낙차였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치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몸을 둥그랗게 만 상태에서 굴러서 충격이 최소화 됐다. 운동신경이 둔한 편인 나로서는 또한 기적인 일이다.

그리하여 결론은 뭐냐. ftp가 향상 되고 VO2Max가 높아졌다고 고수가 아니다. 노면 주시 게을리한 나는 아직도 자린이었다고 반성해 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 정도 부상으로 싸게 막은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안전한 라이딩, 즐거운 라이딩 천년 만년 즐겨 보자.

P.S.
소중한 시간 정신 차릴 때까지 기다려 주시고 보살펴 주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감사한 말씀 드립니다.
우헤헤님 특히 너무 잘 케어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나중에 소식 듣고 걱정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 말씀 드립니다.

나의 애마는 휠 스포크가 한 개 나가고, 왼쪽 레버가 갈리고 바테잎 너덜너덜해진 정도의 피해인데 이미 이틀 만에 수리 완료 됐습니다.
나의 몸은 양 무릎, 팔꿈치, 어깨에 다양한 깊이의 찰과상이 있는 정도이고, 가슴팍에 통증이 있는 정도입니다. 아마도 가슴팍은 핸들바에 부딪힌 거 같습니다. 앞으로 1주일이면 라이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강화도 라이딩 – 2022/07/23

오늘 라이딩 일정은 05:00 쌍개울 출발,(신정교 05:30 2명 합류) 봄날님의 강화도 코스를 맛본 후 17:00 쌍개울 복귀하는 계획입니다.
우리 집의 최고 존엄께서 16시 외출 계획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돌아올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살짝 무리한 일정 같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용서 받는 쪽을 선택하고 라이딩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04:00 기상합니다.
일찍 일어나서 커피와 아침을 먹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경량화를 시도합니다.
경량화의 성공 여부가 그 날의 라이딩 컨디션을 좌우하지요.

05:00에 집을 나서 05:15 신정교 도착합니다. 좀 일찍 도착했습니다. 앗! 심박계가 잡히지 않습니다. 신정교 기둥 뒤에 숨어서 심박계를 벗었다 찼다 해보는데, 쇼사마님께 딱 걸립니다.
“왜 거기서 옷을 벗고 계세요?”
“아니, 그게 어버버버…”
심박계 없이 라이딩합니다. 이 정도는 사소한 해프닝이지요.

쌍개울 출발이 순조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약 30분 이상 늦어지는 것으로 예상되고, 번짱이신 쇼사마께서는 교통 상황, 오후의 비 예보 등으로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최고 존엄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용서 받지 못하는 것 아닐까…’

정시 출발은 실패

06:00 쌍개울 출발 팀과 합류합니다.
멀리서부터 소님께서 강력하게 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원 수가 꽤 많습니다.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꼬리에 붙어서 열심히 달립니다.
아마도 늦은 시간을 만회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만, 방화대교에서 멈춥니다.
음, 보급하기에는 살짝 이른 시점인데 이상하다 싶었는데… 마산아재님께서 안 보이신답니다.
10분 이상 후에 아재님께서 거친 숨을 내쉬며 도착하셔 버림 받은 설움을 토로하십니다.
전화 받는 사이에 (이 전화는 쇼사마님이 출발을 독려하려 걸었던 걸로 판명) 팩이 출발해 버렸다는 겁니다.
“먼저 가라 하셨습니다.” 라는 증언은 의사소통 오류였던 것입니다. 여튼 여기서 10분 지체.
그런데, 이렇게 기다릴 거면 그렇게 페이스 올릴 필요가 없었네?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앗 그런데 또 하나 걱정거리가 떠오릅니다.
강화인삼센터에서 조인하기로 한 분들은 점점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역시 지체 않고 달려야겠습니다.

김포아우토반.
때려 밟기에 딱 맞는 감동적인 구간이죠.
오픈 신호 받자 열심히 밟아 보았으나, 역시 성냥개비만 태우고 BA는 실패. 결론을 알면서도 항상 이 짓을 합니다.
오늘은 그린 저지를 입었으니까 시도해 볼만 했습니다.
마주 오는 MTB가 좌측 통행을 하는 것 정도는 아주 가벼운 해프닝.


김포에서 강화로 가는 공도 구간.
역시나 차량이 좀 많습니다만, 2열로 질서 있게 갈만합니다. 순조로운 듯 보입니다.
팅이라그님의 전조등이 발사되고 그것이 샤콘느 형님 다리를 맞은 후 실종된 것은 아주 아주 아주 사소한 해프닝.
신호대기에서 출발하는 순간, ‘푸쉬쉭’ 소리가 들립니다.
펑크임에 분명합니다. 쇼사마님의 펑크네요. 튜블러. 아 골치 아픈데.
타이어 상태를 보니, 지금 터진 게 다행입니다.
이것은 펑크가 아니라, 타이어가 닳아서 없어지기 직전입니다.
“보통 타이어 한 번 갈면 1만 킬로씩 타는 거 아닌가요??”

번짱 사수 실패

그러나 괜찮습니다.
우리에게는 코스의 설계자이신 봄날님께서 계시니까요.
봄날님 믿고 번짱은 버리고 우리끼리 출발하도록 합니다.

다시 열심히 달려, 차량들과 부대끼며 강화대교를 건넙니다.
건너자마자 인삼센터가 보이는데… 합류하기로 한 일행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뿔싸, 초지인삼센터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입니다.
강화에는 인삼센터가 두 개. 최근에 항상 초지에서 기다렸으니 그 쪽으로 간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초지에서 강화인삼센터까지 차로 20분.
초코정님과 박사일기님을 기다리며 화기애애 담소 타임을 갖습니다.
우리도 늦게 출발했으니 비긴 걸로 합니다.
덤앤더머?막하막하?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2

우여 곡절 끝에 이제 강화도 한 바퀴 돌기만 하면 됩니다.
시간을 많이 지체했으니, 애초에 계획했던 코스의 수정은 불가피합니다.
길을 잘 모르니 대충 짐작으로 이해합니다.
아마도 교동도를 생략하기로 하신 모양입니다.
‘아 어쩌면 용서 받을 수도 있겠구나.’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이제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민통선을 통과하고 오른쪽 철책을 끼고 쭉 뻗은 길이 나옵니다.
김포아우토반 찜쪄 먹는 때려 밟아라 구간이네요.
한 번 와 본 구간이지만, 반대방향이었습니다.
역시나 봄날님께서 오픈 신호를 주시고 다들 참지 못하고 성냥개비 태웁니다만.. 결론은 항상 같죠.
침 좀 흘리면서 달리다 이제 좀 그마안~이라는 생각이 스쳐가는 순간 다행스럽게도 오픈 구간이 끝났습니다.


그러나, 후미에서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두시맨님 쌍 펑크가 터졌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튜브를 누가 두 개를 들고 다니겠습니까.
튜브를 들고 석수님께서 두시맨님께 내려갑니다.
우리는 또 하하호호(데이빗의 하하호호와는 다릅니다) 담소 타임 시작됩니다.
이렇게 하나 둘씩 사라지면, 나중에는 몇 명이 남는 걸까?
공포 영화의 상투적인 시나리오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다행입니다. 클린처라 복구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더 기다리지 않고, 보급지에서 세팅해 놓고 기다리기로 합니다.

교동도는 생략하지만, 교동도 입구의 편의점에서 보급을 하기로 합니다.
역시나 강화도는 낙타등이 많습니다.
다들 휴식 시간이 길어서 힘이 남으시는지, 달리는 동안에는 인터벌 치십니다.
아… 좋습니다. 하하호호.
팩에서 떨어지신 분들 몇 분 계시고, 봄날형님께서는 갈림길에 후미 담당을 남겨 두십니다.
길이 좀 헷갈리는데 다들 제대로 합류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됩니다.
편의점에서 보급하는 동안 너무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걱정이 현실이 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니다.
그러나, 소님, 두시맨님, 석수님은 펑크를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복귀하셨습니다.
길도 제대로 찾아 오셨습니다.
참으로 개선군의 모습입니다.

펑크 대처 성공

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쇼사마님도 복귀하셨습니다.
동생분의 차를 호출하시고 잠들어 있는 샵 사장님을 깨워 타이어 교체하신 겁니다.
역시 개선군의 모습입니다.

펑크 대처 성공 #2(?)

역시 교동도는 생략하기로 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강화도 현지인의 자부심으로 고인돌 구경을 갑니다.
큽니다. 신기합니다.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한 번짱님의 계획이었던 거 같습니다.

고인돌을 뒤로 하고 시골길을 한참 달립니다.
여기도 사진 흥벙을 위한 번짱님의 계획 구간인 듯 합니다.
경치 좋고, 한적하고, 시골길 주제에 포장도 잘 돼 있습니다.
사진 잘 나오는 구간입니다.

고수는 포즈부터 다릅니다.

번짱님은 사진찍기 의무에 충실하시고 어쩌다 보니 제가 선두가 됐습니다.
‘어라, 길 모르는데… 코스 파일하고 길도 다르네.. 어쩌지…’
괜찮습니다. 바로 뒤에 봄날님께서 조종을 해 주십니다.
‘좌회전, 우회전, 다음 좌회전’

한참 달리는데, 뭔가 순탄치 않은 것 같습니다.
봄날님이 누군가와 열심히 통화를 하십니다.
뒤돌아 보니, 팩 숫자가 줄어 있습니다.
번짱님도 없네요. 하하하.
이 길이 아니라고 외치시는데, 앞에서 못 들었던 겁니다.
결국 조양방직 앞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우리의 하하호호 타임은 다시 시작 됐습니다.
여기서도 한 10분 대기 후에 찢어진 그룹 합류합니다.
마침 그 무리에 아재형님도 계시네요. 거친 숨 몰아 쉬시며,
“나 오늘 두 번 버림 받았어!” 하십니다.
번짱께서는,
“자아 번짱 버리신 분들은 다 머리 박으세요~” 하십니다.
머리 박는 거 대신 이 후기 쓰는 걸로 쇼부..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3, 번짱 사수 실패 #2

그러나 괜찮습니다.
우리 다시 다 모였으니까요.
이제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고려산 넘고, 낙타등 넘습니다. 밥도 먹었지요.
강화도 3대 카페는 지나쳐서 CU에서 대신했습니다.

역시 중급이라고 흐르시는 분들 안 챙기더군요.
저는 초급 마인드라 흐르시는 분들 계시면 스위핑하고 싶어 내려갔다 올라왔다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살짝 갭 벌어진 것도 좁히는 게 쉽지 않네요.
프로 선수들 BA 치는 것도, 추격하는 것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10미터 정도 갭 벌어진 사이로 트럭이 들어오는 바람에 급브레이크를 잡아 석수님하고 추돌할 뻔 한 건 조금 큰 해프닝이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자린이 같습니다.
뒤에 오는 사람 생각을 했어야 되는데, 손가락이 먼저 반응하고 아차 싶었습니다.

복귀길은 비교적 순탄합니다.
새하얗게 태우신 분 몇 분 계시지만, 그런 모습이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
비가 올 거 같은데,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좀 빨리 가야겠습니다.

저와 쇼사마님은 신정교에서 이탈해서 목감천을 타고 복귀합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많이 맞지 않았네요.
‘그래 비까지 맞으면 너무 잔혹하게 사건 사고가 많은 거지.’

그러나, 쌍개울 복귀하시는 분들은 비 쫄딱 맞으셨더군요.
완벽하게 다사다난한 라이딩이었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어느 분도 오늘 라이딩 후회하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라이딩은 언제나 즐거운 거니까요.

오늘 라이딩 준비하신 쇼사마님 감사 드리고, 다사다난하고도 즐거운 라이딩 위해 애써 주신 모든 분들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아 참, 마지막으로… 최고 존엄께서는 관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