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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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1일차 조깅. 25년 1월 16일 새벽.


루틴처럼 조깅을 하면서 바르셀로나를 탐색해 보려고 한다. 전일 숙소 관리인(?) 또는 주인(?)이신 산티아고씨에게 구도심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다. 카탈루냐 광장을 거쳐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람블라스 거리를 지나 항구까지 가보는 것으로 계획을 세운다. 돌아오는 길은 내키는 대로 가보고자 했다. 바둑판 도시이기 때문에 방향만 잃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람블라스 거리까지는 거의 직선이다. 그렇지만, 신호등이 많아서 달리기에 좋은 코스는 아닌 것 같다. 구도심을 돌아오는 길에 바르셀로나 대성당을 스쳐 지나듯 구경한다. 바르셀로나 개선문까지도 멀지 않은 것 같아 한 번 찍고 온다. 이 근처로 오니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개선문 앞의 광장이 넓게 조성 돼 있어서 달리기에 좋아 보인다. 개선문 광장이 바르셀로나 달리기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듯 하다. 바르셀로나는 누구한테 이긴 것을 기념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오늘도 아침 먹을 장소를 대충 찍어 두고 숙소로 돌아온다.

성가족 성당. Sagrada Familia. 25년 1월 16일 오전.

우리 청소년들을 깨워 어제 저녁 힐끗 둘러 보았던 성가족 성당을 정식으로 둘러 보러 나선다.
길을 나서기 전에 아까 찍어 두고 온 식당을 가 본다. 현지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식당 같아서 눈 여겨 보고 온 곳이다. 막상 문을 열고 들어 가니 중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라 흠칫 놀랐다. 스페인식 메뉴를 파는 곳이었는데, 중국인이라니… 식사를 하고 있는데 주인장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들락인다. 사장 부부의 자녀는 최소 다섯은 돼 보였다. 안사장님의 동생으로 보이는 (너무 닮아서 누가 봐도 형제였다) 처자들도 서넛은 돼 보였다. 대가족이다. 각자 등교 시간에 맞춰서 부모 또는 언니가 하는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바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모양이다. 큰 처자는 언니 일을 돕는 것 같았다. 후다닥 거리면서 한 바탕 지나가고 나니, 어린 아이들 셋만 남아서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유치원 등원 시간은 조금 늦는 모양이다. 뜻하지 않게, 누가 봐도 스페인 태생은 아닌 대가족의 일상을 보게 됐다. 언제 어디서 오셨어요? 어떻게 바르셀로나에서 식당을 하세요? 물어 보고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우리는 놀러 온 것이고 그들은 살아가는 곳이니, 우리의 과한 호기심이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여유 있게 식사를 하고 지하철로 이동한다.

성가족 성당 방문하기 위해서는 티켓이 필요하다. (티켓 값이 꽤 비싸다.) 티켓은 입장 시간이 지정 돼 있다. 타워 방문 여부, 가이드 투어 여부에 따라 몇 종류가 있으니 잘 선택해야 한다. 올라가 볼 수 있는 타워는 두 개 인데, 그 중 하나만 올라갈 수 있다. 티켓 예매 시에 어떤 타워를 올라갈지 정해야 한다. 일부 매진된 티켓이 있는 것으로 보아, 타워에 따라 인기 있는 시간대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모바일 앱을 사전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티켓에 오디오 가이드가 포함 돼 있는데, 한국어 가이드도 있고 내용이 꽤 알차게 구성 돼 있다.

성가족 성당에 도착하니 어제 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관광객들로 북적여서 엊저녁에 느꼈던 운치는 찾을 수가 없다.
티켓에 지정된 시간보다 약간 일찍 도착했지만, 혹시나 해서 티켓을 보여 줬더니 그냥 들여 보내 준다. 뿐만 아니라 어떤 티켓을 갖고 있는지 물어보고 어떤 순서로 관람하면 좋은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성당 내부에 들어가니 사람들로 더욱 북적댔다. 그렇지만, 20년 전에 방문했을 때에 비하면 숨 쉴 틈은 있다. 확실히 비수기인 것 같다.
가이드를 들으니 그냥 스쳐 지나갔을 법한 것들까지 흥미 있게 보게 된다. 그러나, sagrada familia는 아무 정보 없이 눈으로만 봤더라도 쉽게 지나치지 못할 예술품이라고 생각한다.
 

 
이것 저것 쓸 말이 많으나 아무래도 잘난 척 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결론만 말하면, 우리 청소년들의 눈에도 여행 전체에 걸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고 하면 이 곳을 이야기하고 있다. sagrada familia만으로 바르셀로나를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2시간 여 걸쳐서 둘러 보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식당 보이면 들어가 보기로 하고 배회했다.
바르셀로나에 소매치기가 많긴 많은 모양이다. 지나치는 바르셀로나 시민이 나를 불러 세우더니 소매치기 조심하라고 얘기를 해 준다. 카메라를 뒤로 돌러 매고 있었는데, 그 분 보시기에 그게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충동적으로 느낌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네팔 출신 아저씨가 운영하시는 스페인 식당이다. 별로 관광객이 찾지는 않는 식당이었던 것 같다. 주인장이 주문 받다가 한참 노가리를 풀어 주신다. Korea에서 왔다고 하니, ‘South or North?’라고 묻는다. 당연히 남쪽이다라고 대답했지만, 당연한 일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묻지 않아도 술술 얘기해 주는 덕분에 네팔 주인장의 이야기를 조금 들을 수 있었다. (사실은 인도 영어 발음이어서 알아 듣기 힘들었다.)

구엘 공원. 25년 1월 16일 오후.

다시 가우디의 흔적을 찾아서 구엘 공원으로 향했다. 구글맵의 도움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구글맵이 대중교통 안내도 꽤 정확하고 상세하게 해 준다. 이거 없었을 때는 어떻게 돌아다녔을까 싶다.
밥 먹으면서 구엘 공원 티켓을 예매했는데, 컨펌 메일과 티켓이 오지 않는다. 구엘 공원 운영하는 쪽은 예매 시스템에 오류가 많은 모양이다. 티켓이 안 오는 일이 잦은 듯, 메일이 오지 않으면 예약번호를 대고 입장하라는 안내 문구가 있다. 그대로 따라 입장을 했다. 티켓 QR이 포함된 메일은 다음 날 도착했다.
구엘 공원에서 가우디의 상징과도 같은 비스켓 껍질 같은 질감의 건물들과 모자이크 도마뱀 그리고 바르셀로나 시내를 내려다 보는 경관을 둘러 보았다. 여행의 여독이 쌓여서 그런지, 이 즈음부터는 우리 청소년들의 체력이 한계를 보였다. 그다지 감흥이 없는 것 같다.

람블라스 거리, 보케리아 시장. 25년 1월 16일 저녁.

람블라스 거리를 둘러 보고 일찍 일정을 마치는 것으로 했다.
지하철로 람블라스 거리에 도착했을 때, 청소년들의 표정이 더 좋지 않다. 카페라도 들어가 쉬어가려고 했는데, 그 흔한 카페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인데, 우리 청소년들 데리고 다니면서 청소년들이 힘들어 보이면 부모로서 죄를 짓는 마음이 든다. 정말 이상한 생각이지만 죄책감이 들어서 다급하게 해결을 해 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막내 청소년이 카페로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손짓을 하길래 다행이다 싶어 바로 들어갔다. 체인점으로 보이는 카페였다. 매우 독특한 시스템이다. 주문을 키오스크에서 하는데, 어떤 메뉴는 진동벨을 들고 기다리고 어떤 메뉴는 그 자리에서 주고 술 같은 경우는 아예 다른 곳에서 준다. 낯설다. 스페인의 젊은이들이 가는 가게인 모양이다. 30대 이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따라 가기 힘든데, 스페인 MZ들 카페 문화는 더 모르겠다.
잠시 쉬고 근처에 있는 보케리아 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나는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여행 가서는 시장 구경 가는 게 좋다. 아내의 정보에 따르면 보케리아 시장에는 관광객만 많다고 했다. 산타카테리나 시장이 더 볼 게 많다고 했으나, 거리가 좀 더 멀다.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보케리아 시장만 둘러 보고 저녁 거리와 와인 한 병 사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먹을만해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저녁 거리로 먹을만한 것들, 오징어 튀김, 빠에야, 하몽과 멜론, 와인 한 병 등을 포장해서 돌아왔다. 결론적으로는 이 날 식사가 최악이었다. 아마도 바로 먹지 않고 포장해 와서 먹었기 때문인 것 같긴 한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빠에야는 특히 먹어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였으므로 채 10여분도 걸리지 않았었는데, 거의 돌덩이 수준이었다.


볼 거리 많은 바르셀로나라고 하지만, 아직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체력적으로 무리가 됐던 것 같다. 내일은 조금 더 여유 있는 일정을 돌아 보기로 하고 일찍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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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1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2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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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5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6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7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8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9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마무리
질풍노도 스페인 여행기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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