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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Slam Dunk

명작이라 할 만 하다.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하여 원작의 일부 스토리를 보강한 정도로 플롯은 단순하다. 조금은 과하게 신파조로 흐르는 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플롯은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장면마다 완성도가 높다.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과 감동을 오가게 만드는 구성 또한 치밀하게 계산된 듯 하다.
도입부부터 완벽했다. 등장 인물들이 차례로 살아 움직이는 순간, 나 자신이 20여년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후반 부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과 몇 분 간의 정적 또한 완벽하게 압도적이다.

다만, 원작을 모르는 세대에게는 감동이 덜할 수도 있겠다만 내 또래의 아저씨들은 다들 훌쩍 거리며 극장을 나서게 된다.

소년 시절로 데려다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송곳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노동운동을 다룬 최규석의 웹툰이다.
주인공 이수인은 육사 출신의 엘리트이지만, 고지식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 대충 넘기지 못하는 성격으로 군에서 일찍 제대하고 만다. 그리고서 마트에 입사하여 나름 능력을 인정 받고 있었으나, 부당한 지시를 가용하는 회사 때문에 떠밀리듯 노동 운동에 들어서게 된다. 그 이후에 회사와 싸우면서 때로는 승리하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는 과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개성이 있고, 그 인물들을 둘러싼 정황들이 한국 현대사의 다양한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다. 많은 인물들이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상. 이렇게 달콤한 말이었나?

인물들 중에 사측의 앞잡이라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악인은 없었다. 가장 악하게 묘사된 정부장이란 사람마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정도였다. 이건 내가 너무 때가 타서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두려워서였을 수도 있다. 저런 싸움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상상해 보았다. 이수인은 절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방관하는 관리자들 정도였을 것이다. 아니면 어쩌면, 정부장이 됐을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두렵다.
일상은 그렇게 달콤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일상은 달콤하다. 송곳같은 인간들에게도 일상은 달콤했다. 모두가 달콤함에 젖어 있었더라면 세상은 한 발작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송곳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싶지는 않다. 만약에 내몰린다면… 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만약에 내몰린다면 견딜 수 있는 만큼은 다 짊어지는 사람이 되겠다 정도로 위안을 삼았다.
이러한 갈등이 만화를 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괴롭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