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을 혼자 보고 나오는 길이다. 6월 항쟁을 사실에 기반하여 지나친 과장 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연스레 눈시울 붉어지고 여기 저기 흐느낌도 들려왔다.
영화 마지막에 엔딩 크레딧 올라가면서 ‘그날이 오면’이 흐른다. 과연 ‘그날’은 온 걸까… 연희가 ‘그런다고 그날 같은 건 오지 않아.’라고 냉소적으로 한 말에 대한 대답으로 이만큼의 ‘그날’은 온 것 같다. 비록 헬조선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래도 아마도 아직 오지 않은 ‘그날’을 다들 품고 있겠지.
아 나는 그 시절을 살아낼 수 있었을까. 빚진 마음을 갖고 살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거저 주어진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으나 사람 마음이란 게 그런 말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영화를 보고 나와서 그런 거지 누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면 아마 ‘아 네네’라고 했겠지.
그래도 지금 빚진 마음 갖고 겸허한 마음으로 집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