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얼마 전에 타계한 공중보건학자 한스 로슬링의 베스트셀러이다. 인간이 세상을 얼마나 오해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중보건학자로서 그의 이러한 분석의 목적은 인류의 보편적인 후생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 점에서 숭고하다고도 여겨진다.
사실 인간이 세상을 오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여기 저기서 많이 들어본 바이고 약간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행동경제학에서도 인간의 편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이런 거) 진화심리학이라는 분야에서는 구석기 시대에 진화를 멈춘 인간의 뇌에 대해서 설명하고는 한다. 이런 저작들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즐거운 것들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래서 어떤 실천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와 닿지는 않는다.
한스 로슬링의 목적은 분명하다. 세상을 사실(Fact)에 기반하여 오해 없이 바라봄으로서 인류가 얼마나 어떤 속도를 통해서 나아지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바라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것은 정확히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다루는 데이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여성도 차별 받지 않고 교육을 받고, 적절한 가족 계획을 하고,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음으로써 어린 나이에 죽지 않는 등 그가 분류한 ‘4단계’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우리는 이미 너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 면에서 세계 공중보건의 사례는 우리와 멀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본적인 그의 10가지 법칙은 ‘4단계’ 생활 수준의 우리도 더 나은 삶을 누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일 것이다.
메모하는 차원에서 10가지 법칙을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간극 본능 The Gap instinct
인간은 극단의 이야기에 끌리게 돼 있다. 양 극단의 이야기를 들려 주면 세상을 두 가지로 양분해 버리고서는 그 사이에 수 많은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잊게 된다.
2. 부정 본능 The Negativity instinct
나쁜 소식만 기억에 남는다. 점진적 개선은 인지하지 못하고 아주 먼 옛날을 아련히 그리워하고는 한다.
3. 직선 본능 The Straight Line instinct
섣불리 선형 회귀를 하고는 한다. 내가 보고 있는 추세는 다양한 곡선의 일부일 수도 있다.
4. 공포 본능 The Fear instinct
내 공포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 계산해 봐야 한다.
5. 크기 본능 The Size instinct
인상적으로 보이는 숫자 하나, 또는 개별 사례에 집착할 수도 있다. 가능하면 비교 가능한 숫자를 찾아라.
6. 일반화 본능 The Generalization instinct
집단을 범주화하는 오류이다. 집단 내에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집단 간에도 유사점이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대다수라는 말은 과연 51%인가 99%인가?
7. 운명 본능 The Destiny instinct
흔히 문화라는 말로 그들은 그럴 수 밖에 없다라고 낙인 찍는다. 느린 변화라도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 내가 몇 년 전에 안다고 생각했던 그들, 그 집단은 지금은 전혀 다른 집단일 수 있다.
8. 단일 관점 본능 The Single Perspective instinct
망치를 쥐어 주면 온통 다 못으로 보인다. 내 전문성은 하나의 망치일 뿐이니 겸손해라. 다른 연장들을 갖추려고 노력해라.
9. 비난 본능 The Blame instinct
일이 잘못 되면 범인을 지목하려고 한다. 그러면 마음은 편해지지만 일이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찾아라.
10. 다급함 본능 The Urgency instinct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요구 받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생각을 못하게 만들려는 수작이다. 그렇게 급하게 행동해야 될 일은 드물다.
간략하게 말하면 겸손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다 안다는 생각하지 말고 회의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나의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가짜 뉴스와 언론의 호들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사실 한스 로슬링의 버블 챠트는 오래 전에 TED를 통해 이미 접해본 적이 있었다. (여기) 데이터 프레젠테이션에 이 정도의 경지가 있을 수 있다니 놀라워 했던 기억이 있다. 갑자기 이케아가 떠오르면서 이런 게 스웨덴스러움인가 감탄하게 된다.
아래 링크 추천.
Gap Minder. 데이터 프레젠테이션의 신기원
Dollar Street. 발로 뛰는 통계에 감수성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