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데 없고 답 없는 논쟁 중에 ‘김연아랑 사귈래? 아이유랑 사귈래?’, ‘더운 게 나은가? 추운 게 나은가?’ 논쟁이 있다. ‘더울 때 벗을 수 있는 옷에는 한계가 있다.’라는 주장과 ‘추운 건 고통이다.’라는 주장들을 하고는 한다. 결론적으로는 개인 취향이다. 그렇지만 나한테 물어보면 ‘여름에는 추운 게 나은 거 같고, 겨울에는 더운 게 나은 거 같다.’라고 말한다. 당장 눈 앞에 고통은 고통이고, 멀리 있는 고통은 아련하게 흐릿한 것이 아름답게 보일 때조차 있다. 말하자면,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것은 이 쓸 데 없는 논쟁에서도 적용된다. 미리 말했듯이 참으로 쓸 데 없는 논쟁이다.
그렇지만, 이 쓸 데 없어 보이는 논쟁에서도 진지하게 공감하며 고개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글을 만난 적이 있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려 있는 글로 기억한다.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흔히들 말하기를, 없는 사람이 살기에는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것이 낫다다고들 하는데 감옥에서는 그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선생은 원래는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게 낫다는 쪽이셨던 모양이다.) 감옥은 3평 남짓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의 수감자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필연적으로 서로 다닥다닥 붙어서 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운 겨울에는 옆자리 동료의 온기가 고맙게 느껴질 것 같다. 반면 더운 여름이면 그 온기가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선생의 말씀은 이 상황에서 정말로 괴로운 것은 같이 생활하는 옆자리 사람을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 자체라는 것이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직장인들 또는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일이 괴로운 것이 아니고 사람이 괴로운 것이다. 사실은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고 회사의 동료, 상사, 부하직원, 거래처, 손님 등등의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는 것인데, 그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면 그곳은 지옥이다. 집에서도 아내가 남편이 부모 자식이 꼴 보기 싫으면 집이 지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옆 사람이 꼴 보기 싫은 것이 그 사람 잘못인지 내 마음 먹기의 문제인지는 아니면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그렇지만, 무슨 원인이든지 막론하고 옆 사람이 싫어지면 그 공간이 지옥인 것은 보편적이다. 그래서 더운 여름, 필연적으로 옆사람을 미워할 수 밖에 없는 감옥은 겨울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글에 고개 끄덕여진다.
이 기사(재구속 윤석열)에 의하면 각하께서는 독방을 쓰시는 모양이다. 사실, 신영복 선생께서 옥고를 치르실 때와 시절이 많이 바뀌어서 감옥에 에어컨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에어컨은 없는 모양이다. 더운 여름 에어컨이 없어 각하께서 몸이 고단하신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고생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깨달을 기회를 못 갖게 되신 것이다.
하긴… 구치소니까 그러려니 하자. 교도소라면 목적이 ‘교도’이어야 할 테니까, 그 때가 되면 거기서 배우시도록 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