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arbji

아복기포 불찰노기

아주 예전에 어떤 선배가 해준 말인데 전혀 생소한 말임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我腹旣飽 不察奴飢

내 배가 부르면 종놈 굶주림은 살피지 않는다.

Paul Wilmott’s Blog: Now is the Perfect Time to Raise Interest Rates

Paul Wilmott's Blog: Now is the Perfect Time to Raise Interest Rates.

‘유가하락으로 디플레 우려’는 넌센스라는 윌못형님 말씀.

2014년 독서일기

늦었지만 2014년 독서 정리.

<사회,역사>
Quiet ★★☆☆☆
– Susan Cain
– 내가 이걸 원서로 읽었어. 젠장.

폭격 – 미공군의 공중폭격 기록으로 읽는 한국전쟁 ★★☆☆☆
– 김태우
– 한국 전쟁에 대한 기록물.

이슬람 ★★★☆☆
– 이희수
– 이슬람에대한 서구 편향된 시각을 바로 잡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역사란 무엇인가 ★★★★★
– E.H. Carr
– 이것은 아마 불온 서적이었다지?

Trauma and Recovery ★★★★☆
– Judith Herman
– 집단 트라우마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문제를 모르고서는 해결할 수가 없잖은가?

대화 ★★★★☆
– 리영희
– 리영희 교수를 통해 읽는 한국 현대사.

근대를 말하다 ★★★☆☆
– 이덕일
– 학교에서 잘 안 가르쳐 줬던 한국 근대사. 쉽게 읽힘.

백성편에서 쓴 조선왕조 실록 상, 하 ★☆☆☆☆
– 백지원
– 쓰레기. 제목에 속았다. 내가 이걸 끝까지 읽다니.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 임승수
– 얘 NL이다.

<경영, 경제>
The origin of Wealth ★★★☆☆
– Eric D. Beinhocker
– 진화에 대한 개념 정리와 진화를 통해 경제학 및 경제 현상에 접근. 새로운 관점을 제시.

Thinking, Fast and Slow ★★★★★
– Daniel Kahnemen
– 행동 경제학의 창시자가 자신의 연구를 대중을 위해 집대성한 책. 이것은 고전이 될 것이다.

경제학의 향연 ★★★☆☆
– 폴 크루그먼
– 왜 경제 분야에 유독 잘난체 하는 전문가가 이리 많은 걸까? 크루그먼이 하나씩 까주신다.

<소설>
루쉰전집 ★★★★☆
– 루쉰
–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소설.

악령 ★★★★★
– 도스토예프스키
– 명작은 명작.

<인문>
게으름에 대한 찬양 ★★★★★
– 버틀란트 러셀
– 짧지만 묵직함.

The World until Yesterday ★★★☆☆
– Jared Diamond
– 흥미로운 인류학의 세계. 전작에 비해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

루쉰 전집

격동기를 살아온 지식인의 고뇌가 그대로 드러나는 소설이다.
봉건제 억압 구도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중국인들에 대해 루쉰이 느끼는 안타까움과 절망이 묻어나고 있다. 나 또한 무언가에 사로잡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The origin of wealth

제목부터가 ‘The origin of species’로부터 빌려왔다. ‘부의 기원 The origin of wealth’는 진화론의 관점에서 경제를 해석하려는 시도를 한 책이다. 결론적으로 아주 독창적인 ‘originality’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훌륭한 책이다.

저자는 현재의 주류 경제학의 방법론을 물리학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말한다. 모델을 세우고, 적절한 가정을 하고 (예를 들면, ‘마찰이 없다면…’과 같은) 그것을 수학적으로 풀어내며 현실에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물리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의 방법론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방법론을 차용하여 경제 현상을 분석하려고 시도하였다. 대표적으로 ‘이기적이고, 완벽하게 이성적인 인간이라면…’으로 시작하는 가정을 세우고, 모델에 이 가정으로부터 예측된 인간의 행동을 반영하는 식이다.
그러나 경제학의 방법론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자연과학에서 ‘마찰이 없다면…’이라는 가정은 그 모델이 설명하고자 하는 핵심을 설명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 반면, 경제학에서의 가정은 모델의 본질을 훼손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인 인간에 대하여 가정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과도하여 경제 현상에 대한 분석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이미 주류 경제학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행동경제학에서 비슷하게 다루고 있는 바이다.
분명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나 역시도 이런 저자의 생각에 상당 부분 공감을 하는 바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경제학자들을 폄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경제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지, 그 동안의 경제학의 접근 방식 자체를 매도해 버리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경제학자들이 그 이후의 자연과학의 발전을 따라오지 못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자연 과학에서는 ‘평형’상태를 상정하고 방정식을 풀어 대는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이후의 물리학은 혼돈 이론이라는 것을 발전시키고 있다. 반면, 경제학에서는 아직도 평형상태를 논하고 있으니, 18세기 물리학에서 방법론을 차용한 이후로 경제학은 머물러 있고 자연과학은 발전해 온 셈이다.
장황하게 얘기했으나, 어쨌든 책의 전반부는 현재 경제학의 분석 틀의 한계와 진화론의 개념을 적용한 ‘복잡계 경제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진화론의 개념에 대해서도 매우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으니, 그만으로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책 후반에는 각 분야에서 복잡계 경제학의 개념이 의미하는 바와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다. 경제,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약간은 무리하게 본인이 만든 틀에 우겨 넣으려는 시도도 보이고 있고 때로는 다소 학술적으로 진화 매커니즘에 대해서 정리해 두고 있다. 실은 상당히 방대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관통하는 논지는 ‘Exploitation / Exploration’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Exploitation이라는 것은 성공적인 진화의 상태 (비즈니스에서 보면 현재 잘 팔리는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는 것이다. Exploration이라는 것은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 다른 기회를 탐색하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돌연변이로부터 비롯될 것이고,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회사들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존재하는 ‘신사업’ 부서들에서 인간에 의해 의도된 변화로부터 비롯된다. 자연상태에서 돌연변이 중 대부분은 살아 남지 못하는 것처럼, 신사업들 중 상당 수는 사장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살아 남는 비율은 자연 상태의 돌연변이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다.
Exploitation과 Exploration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 책을 관통하는 아이디어이다. Exploitation에만 집중하는 생물체, 또는 회사들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환경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환경은 자연 환경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Exploration에만 집중하다 보면 현재 사업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즉, 는 것이 책을 관통하는 아이디어이다.

우리 사회를 보면 해방 이후 현재까지도 ‘Exploitation’에 몰빵해서 살아 왔다. Exploration이 필요 없던 이유는 앞에 길이 뻔히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한 것은 우리는 아직까지도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 도태되거나 의미 없는 세력이 될 게 뻔했던 분파를 없애기 위해서 정당을 없애 버린 것이다. 이것은 정당 자체의 해산이 옳으나, 그르냐의 개별 사안으로서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다양성에 대해서 더 받아 들이기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경제, 정치 모든 면에서 마찬 가지가 아닌가 싶다. 결국에는 굳어서 사회 전체가 도태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민주주의에는 두 가지 좋은 점이 있다. 하나는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 의견들을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마지막 챕터에서 인용했다.

“Out Of Memory” Does Not Refer to Physical Memory – Fabulous Adventures In Coding – Site Home – MSDN Blogs

“Out Of Memory” Does Not Refer to Physical Memory – Fabulous Adventures In Coding – Site Home – MSDN Blogs.

신영복 선생을 만나다.

나의 친구 C모 양의 소개로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들으러 갔다.

선생님은 생각보다 체구는 크지 않으셨으나 강인한 기(?) 같은 것인 느껴졌다. 눈빛은 청년처럼 맑았고 표정은 부드럽고 인자함이 느껴졌다. ‘외유내강’이 선생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는 말이다.

달변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재치 있고 간간히 유머도 섞여 가면서 말씀하시는 스타일이셨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인생 경험 자체가 아주 극단적있고 드라마와 같았기 때문에 그 인생의 단 한 토막을 듣는 것도 사람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어제 강의부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발췌하여 읽기로 하셨나보다. 그 전에 ‘청구회추억’이라는 선생의 글을 동영상으로 편집한 영상부터 같이 보았다.

청구회 추억 동영상 보기

동영상을 보면, 한 청년과 어린이들 간의 따뜻한 우정에 웃음 짓게 되고, 그들을 갈라 놓는 한편으로는 희극적이기까지 한 폭력적 국가 권력에 분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의아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애초에 선생께서는 왜 그 아이들과 친해지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부분이다. 지금이라면 어땠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지금 우리 중 누가 지나가는 어린이들을 보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걸까, 열정과 애정이 없는 걸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제목이 말해주는대로, 선생님의 20여년의 수감 생활 동안 사색의 결과물이다. 그 시절 감옥에서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필기도구를 소지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오직 한 달에 한번 편지를 교도관의 입회 하에서 쓸 수 있었는데, 이 편지를 이용해서 당신의 생각들을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겼다고 한다. 사색을 공중에 날려 버리기 싫어서, 한 달 동안 생각을 머리 속으로 정리하고 다듬고 문장까지 깔끔하게 정리해서 편지 쓰는 날이 되면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옮기기만 하면 됐다고 한다. 마치 쏟아내듯이… 그래서 선생님의 편지에는 수정한 흔적이 전혀 없다고 자랑까지 하셨다.
나는 지금 손만 뻗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적을 수 있다. 그럼에도, 어제 했던 생각들은 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처음에 무슨 마음 가짐이었는지 마지막에는 기억하지 못한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잡념일 뿐이지만, 그것들 날아가 버리기 전에 붙잡아 두는 것에서부터 내공은 시작되는 것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고 한 줄이라도 남기자는 각오는 계속 정당성을 갖는다.

이번 강의의 주된 텍스트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일부인 ‘한발 걸음’이었다. 간단한 줄거리를 먼저 말하자면, 아주 체력이 좋은 젊은이가 한 발로 뛰고, 늙고 병든 노인이 두 발로 뛰는 시합을 했을 때 다들 젊은이가 이길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노인의 압도적인 승리였다는 것이다.
선생은 이 실화를 은유적으로 사용한다. 한 발은 실천, 경험, 현실을 의미하고 다른 한 발은 이론, 사색, 독서 등을 의미한다. 아무리 잘 나고 많이 배우고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반쪽 짜리 절름발이라는 것이다. 실천할 수 없을 때는 다른 사람의 경험이라는 목발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때 목발이 나의 생발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며 이는 목발 없는 한쪽 발로서는 이룰 수 없는 경지인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조건으로부터 완전 독립적일 수 없는 존재라고 선생은 말씀하신다. 말하자면, 인간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아이덴티티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회(천지) 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증법적으로 변화하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 공부라고 한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말씀은 싸움에서 이길 때 6:4로 이겨야지 8:2로 이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싸움이 끝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야 된다는 말씀이고, 인간 세상에 갈등은 불가피하나 그를 다 포용할 수 있는 아량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걸 가져야 된다는 뜻이겠다.

넥타이 맨 아저씨 주제에 학교 같이 신선한 곳에 간 것만으로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고, 온 보람을 느꼈다. 게다가 열정, 희망 등의 단어와 거리가 먼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굴레는,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있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며 합리화하는 일상이다.

이상 좋은 말씀 잊지 않기 위해 두서 없이 적음.

좋은 경험으로 인도해 준 C양에게 감사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