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 Fast and Slow – Daniel Kahnemen
2014-03-29
서평을 쓰기 어려웠다. 읽고 복잡한 생각들이 오고 갔지만, 정리 되는 느낌을 갖지는 못했다. 텍스트를 읽었으나, 나를 읽지는 못한 것 같다. 이 책은 팩트를 전달하는 책이고 시작부터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대했으니, 내용을 하나씩 되짚어 보는 것으로 의미를 찾도록 하겠다.
Two systems
머리 속에 시스템1과 시스템2가 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쉬운 대답만 찾고, 내 마음대로 끄지도 못하는 시스템 1과, 논리적 사고를 하지만 속기 쉬우며 게으르는 시스템2가 있다. 그래서 뭐? 네가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네가 혹시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하라는 것이다. 시각적인 착시 효과의 흔한 예인 안으로 꺾인 화살표와 밖으로 꺾인 화살표의 길이 차이는 저것이 대표적인 착시 효과의 예라는 것을 아는 순간 속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속기 쉬운 다양한 환경을 알고 있다면 조금 더 조심할 수 는 있을 것이다.
저자는 몇 번 강조한다. 이것은 비유이다. 내 머리 속에 두 개의 시스템이 명확히 구분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구분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많은 것들이 쉽게 이해 되고 서로 얘기가 편하다는 것 뿐이다.
어쨌든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고 후회하는 것도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 ‘쟤는 왜 저럴까?’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 같고, 최소한 화내지 말아야 할 이유는 한 가지 더 생겼다.
Prospect Theory
다양한 Illusion의 사례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Prospect Theory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이 느끼는 효용은 기준점으로부터 변화에 비례하는데, 한계 효용 체감과 같이 민감도는 점점 감소하지만, 손실 방향으로 민감도가 더 급하다는 것이다. (위로 숏감마, 아래로 롱감마인데, 현재는 약간 숏감마) 이와 더불어 Decision Weight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Possibility Effect와 Certainty Effect로 인해서 어떤 확률의 증감과 그것이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완벽하게 선형을 그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개념을 가지고 다양한 의사 결정의 비이성적인 측면들을 설명할 수 있다. 손절 못 치는 사람들, 오르는 주식만 골라 파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Think like a trader!’ 이것이 이 단원이 핵심 문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Trader 분들은 Trader처럼 생각하고 계시겠지? 어떠신가?
Two Selves
이 부분은 철학적이다. 카르페 디엠인가 마시멜로 이야기인가? 열심히 사는 것이 미덕이고, 근무 시간만큼은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진짜로 다 일하는데 쓰이고 능률적으로 사용되는 시간인지 확실치 않으나) 일하고 있으니, 우리는 마시멜로 이야기에 끄덕이곤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카르페 디엠이라고 외칠 때, 감정이입이 되면서도 약간은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하진 않았었나? 내일의 더 큰 행복을 위해 오늘은 열심히 살라는 말을 듣고 살았고, 그게 좀 이상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있겠지만, 게으른 내 안에 사탄이 하는 말이라고 반성하고 다시 마음 다잡고 열심히 살았던 적도 있었다. (물론 확 놓고 놀았던 적도 있지만…) 아직도 노예 근성에 사로잡힌 내 시스템1은 지금 내 고통은 미래의 더 큰 행복을 위한 자양분이라고 생각하며 고통 받을 때 동시에 위로도 받는 듯 하다.
그렇다고, Experiencing Self의 만족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답인 것도 아니다. 누가 나인가? Remembering Self를 만족시키는 것이 마지막 날에 위안이 되는 것 아닌가? 어느 날엔가는 내일 죽는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너무 선명하게 실감이 나서 잠 못 이룬 적이 있다. 그 날이 진정 내일인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러면서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하는데, 그 고통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모르고 살았던 것을 알게 해준 것만큼 더 많은 궁금증 또는 고민 거리들을 안겨 준 책이 아닌가 한다.
일상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사는 것이 무의미해질 때도 있다. 그런 느낌들이 시스템1이 내게 좀 쉬라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불행히도 일상의 고통과 삶에 대한 회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우리가 진화해온 두뇌가 적응하기 힘들게 빠르게 변해버린 세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한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고, 이것 참… 옛날이 참 좋았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많은데, 돌아갈 수가 없지 않은가?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