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기억

어머니는 동생을 재우려고 품에 안고 살랑살랑 흔들고 계셨다. 동생은 갓난쟁이는 아니지만 아직 잠투정을 할 나이였으리라. 우리 형제는 두 살 터울이니 내 나이도 많이 봤자 다섯 살 정도였을 것이다.
그 날따라 동생의 잠투정이 심했었나 보다. 단칸방은 어두컴컴하고 14인치 브라운관 TV 불빛만 흔들거리고 있었다. TV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머니 혼자 레시바로 소리를 듣고 계셨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소리에 아기가 잠에서 깰까 봐 그러셨을 테다.
나로서는 괴로운 일이었다. 껌껌한 방에서 할 수 잇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소리는 죽여 놓은 채 화면만 껌뻑거리는 TV를 보는 건 고통에 가까웠다. 그리고 어머니 혼자 소리를 듣고 계신다는 생각에 어린 마음에도 이건 옳지 않다, 불공평하다, 분하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고 보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할 때, 좋은 추억보다는 섭섭했던 기억만 떠오른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나쁜 어머니였던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자식들을 위해 그 이상 헌신하실 수는 없다. 이상하게도 그런 어머니에 대해서 좋은 추억은 잘 떠오르지 않고 섭섭한 기억이 떠오른다는 게 죄스러운 일일 뿐이다.
심리학적으로 부정적 기억이 더 오래 각인 되도록 진화 되었다고 한다. 말은 된다. 안 좋은 기억을 오래 간직한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덜 노출 됐을 것도 같다.
그렇지만 서글픈 일이다. 애초에 인간은 살아 남기 위해 진화한 것이지 행복하도록 진화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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