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내가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었던가?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싶으므로 관심 있는 척은 했던 것 같다. ‘알았다. 너희 핍박 받는 여성들이여, 내가 연대해 주마.’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나 싶다. 상대적으로 억압하는 자의 위치이므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관심은 아니었다.
역설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게 만든 것은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느끼게 만드는 워마드 일당이었다. 직접적으로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집회에서 나왔다는 폐륜적인 언행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책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하자는 구호 자체도 납득하기 어렵다.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게 아니고, 불법촬영 수사를 ‘편파적으로’ 너무 잘한다는 걸 규탄하다니, 서로 공평하게 남성 피해자 사례도 대충 수사하라는 것으로 들리지 않는가?)
페미니즘에 계보가 당연히 많을테고, 스펙트럼이 넓을 것인데, 어떤 맥락과 역사에서 저런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언행이 용납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더군다나 남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인해 페미니즘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에 처음 잡은 책이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내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이 책은 입문서라고 할 것도 없고 그저 페미니즘의 간략한 역사와 주요 이슈를 짚어 주는 정도의 소책자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주의에 반대하는 것이지 남성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했다. 가부장제 아래에서는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또한 억압과 착취 당하고 있으며, 여성과 남성의 행복을 위해 페미니즘에 동참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로써, 워마드로 대표되는 혐오주의자들이 절대로 페미니즘의 범주 안에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 시켜 주었다. 나의 혼돈은 해결 되었다. 이번 기회로 페미니즘에 대해서 더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 워마드에 감사해야 될 것 같기도 하다.
여담으로, 이 책의 번역은 거의 직역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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