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기억해 둘 것

  • 궁평항 라이딩 후기 – 이런 것이 불행 중 다행

    자전거를 타다가는 심각한 부상 또는 사망의 위험에 노출되게 마련이라고 한다.

    로드 바이크 입문 후에 두 번의 낙차 경험이 있었으나 모두 빗길 자빠링이었고 그렇게 고속 주행 중은 아니었다.
    이번에 당한 낙차처럼 아찔한 순간은 처음이다. 상세히 경위를 기록해 두어 앞으로 안전 라이딩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화성시 마도산업단지에서 궁평항에 이르는 길은 마도미개통로라고 불리우는 13km가 넘는 평지 구간으로 속도를 내기에 좋은 구간이다. (실제로는 개통된 도로이다.)

    2022년 8월 15일 광복절 약 20여명의 팩으로 이 구간을 포함하는 코스를 라이딩할 계획이었다.
    남서풍이 매우 강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역풍이다. 마도에서 궁평항까지 가는 길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250W 파워를 내도 30km/h를 넘기기 쉽지 않았다. (내 몸무게는 62kg이고 ftp는 230w 정도이므로 한계영역에 해당하는 파워이다.) 그런 역풍을 뚫고 13km를 행군하다시피 라이딩하고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당연히 돌아갈 때의 순풍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마련이다. 복귀 길은 50km/h 넘게 나오겠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살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인원 수가 많고 오픈 구간이므로 자유롭게 달릴 것인데, 역풍에 대한 보상으로 다들 속도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막상 달리기 시작하고 나서는 팩에서 흐를 것이 두려웠다.

    채 2km를 가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어이 없게 혼자서 왼쪽으로 구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원인은 노면의 세로 홈이었다.

    원래부터 이런 상태였는지 폭우 후에 망가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로드 바이크로서는 치명적인 세로 방향 홀이 있었고 거기에 딱 걸려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홀을 피하지 못하고 낙차까지 이어지게 된 원인을 좀 생각해 보아야겠다.

    다른 블랙박스 화면을 보면 우측에 작업하는 트럭이 보인다.

    자전거는 우측 차로로 주행하게 돼 있으나, 이 트럭으로 주행이 불가능하게 되어 좌측 차로로 나갔다가 다시 우측으로 들어오게 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오픈 상황이었기 때문에 열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서 좌우로 주행 라인이 조금씩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와중에 홀과 겹치게 된 것이다.
    또한 속도가 매우 빨랐다. 스트라바 기록으로 보면 낙차 직전 속도가 43 km/h로 돼 있다. 게다가 드래프팅을 하기 위해서 간격을 좁게 주행하고 있어서 홀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나서 대처할 시간이 없었다.
    다음으로 영상을 자세히 보면 내가 우측에 홀을 가리키는 신호를 하는 것이 보인다. 내가 걸려 넘어진 홀 우측에 다른 홀이 있어서 거기에 시선이 쏠리고 후미에 주의를 주느라 내 앞의 홀은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앞 사람의 홀에 대한 콜이 없었다. 이 날 전반적으로 콜이 없었는데, 다들 속도감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리고 오픈 상황일수록 콜을 잘 해야 될 거 같은데 힘들어지면 오히려 다들 소홀해지는 경향을 자주 본다.
    이런 모든 원인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정확하게 걸린 것은 불운에다가 노면 주시를 게을리한 나의 과실이 겹친 결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첫째는 내 뒤에 오던 일행 중에 가티 낙차에 휘말린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매우 빠른 속도였음을 감안하면 기적적인 일이다. 영상에서도 보면 간발의 차이로 피한 것을 볼 수 있다. 피했다기보다는 피해졌다고 봐야 되는데, 내가 왼쪽으로 구르면서 자전거는 바닥에 부딪히며 튀어 올랐는데 그 때 휠이 지면에 수직으로 튀어 올랐던 것이다.
    둘째는 빠른 속도의 낙차였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치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몸을 둥그랗게 만 상태에서 굴러서 충격이 최소화 됐다. 운동신경이 둔한 편인 나로서는 또한 기적인 일이다.

    그리하여 결론은 뭐냐. ftp가 향상 되고 VO2Max가 높아졌다고 고수가 아니다. 노면 주시 게을리한 나는 아직도 자린이었다고 반성해 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 정도 부상으로 싸게 막은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안전한 라이딩, 즐거운 라이딩 천년 만년 즐겨 보자.

    P.S.
    소중한 시간 정신 차릴 때까지 기다려 주시고 보살펴 주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감사한 말씀 드립니다.
    우헤헤님 특히 너무 잘 케어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나중에 소식 듣고 걱정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 말씀 드립니다.

    나의 애마는 휠 스포크가 한 개 나가고, 왼쪽 레버가 갈리고 바테잎 너덜너덜해진 정도의 피해인데 이미 이틀 만에 수리 완료 됐습니다.
    나의 몸은 양 무릎, 팔꿈치, 어깨에 다양한 깊이의 찰과상이 있는 정도이고, 가슴팍에 통증이 있는 정도입니다. 아마도 가슴팍은 핸들바에 부딪힌 거 같습니다. 앞으로 1주일이면 라이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간디가 말하는 행복 – 어쩌다 보니 일기

    Happiness is when what you think, what you say, and what you do are in harmony.

    행복은 네가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조화로울 때이다.

    Mohandas Karamchand Gandhi

    오늘(2022/07/26) 아침 블룸버그 단말기에서 만난 격언이다.

    간디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도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니까, 거짓 없이 말하고 행동하라는 말을 한 것일까? 아니면 내면의 평화를 이야기를 한 것일까?

    나는 내면의 평화를 말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한다면 적어도 내 안의  모순에 의한 갈등, 번민 등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  내 인생의 모토 중 하나인 ‘담백하게 살자’와 상통하는 말이다. 내가 아닌 나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꾸미고 부풀리는 일에서 인생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내 생각이 말할 수 있는 생각이어야 한다. 부끄러운 생각, 나쁜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생각과 말이 조화롭게 하는 것은 결국 내 가치관을 올바르게 세우라는 뜻으로 이해 된다.

    말이 행동과 조화롭게 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은 게을러지기 십상이다. 게을러지는 것은 유전자에 박혀 있는 생존 전략이 아닌가 싶은 정도이다. 그러다 보면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즉, 내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리 속의 동물의 뇌가 지시하는 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부끄럽지 않은 가치관을 갖고 그대로 말하고 그대로 행동하려면, 깊이 읽고 생각하고, 취하지 않고 (그것이 술이든, 약이든, 허튼 사상이든) 찬 물에 세수한 듯 깨어 있는 채로 살아야 될 것이다. 그렇게 살고 싶다.

    그렇게 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실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읽고 생각하고 끄적이는 짓을 반복해서 생각나는 대로 살지는 않도록 하자.

    우리 사람 되기는 힘들지만 괴물은 되지 말자

  • 강화도 라이딩 – 2022/07/23

    오늘 라이딩 일정은 05:00 쌍개울 출발,(신정교 05:30 2명 합류) 봄날님의 강화도 코스를 맛본 후 17:00 쌍개울 복귀하는 계획입니다.
    우리 집의 최고 존엄께서 16시 외출 계획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돌아올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살짝 무리한 일정 같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용서 받는 쪽을 선택하고 라이딩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04:00 기상합니다.
    일찍 일어나서 커피와 아침을 먹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경량화를 시도합니다.
    경량화의 성공 여부가 그 날의 라이딩 컨디션을 좌우하지요.

    05:00에 집을 나서 05:15 신정교 도착합니다. 좀 일찍 도착했습니다. 앗! 심박계가 잡히지 않습니다. 신정교 기둥 뒤에 숨어서 심박계를 벗었다 찼다 해보는데, 쇼사마님께 딱 걸립니다.
    “왜 거기서 옷을 벗고 계세요?”
    “아니, 그게 어버버버…”
    심박계 없이 라이딩합니다. 이 정도는 사소한 해프닝이지요.

    쌍개울 출발이 순조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약 30분 이상 늦어지는 것으로 예상되고, 번짱이신 쇼사마께서는 교통 상황, 오후의 비 예보 등으로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최고 존엄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용서 받지 못하는 것 아닐까…’

    정시 출발은 실패

    06:00 쌍개울 출발 팀과 합류합니다.
    멀리서부터 소님께서 강력하게 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원 수가 꽤 많습니다.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꼬리에 붙어서 열심히 달립니다.
    아마도 늦은 시간을 만회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만, 방화대교에서 멈춥니다.
    음, 보급하기에는 살짝 이른 시점인데 이상하다 싶었는데… 마산아재님께서 안 보이신답니다.
    10분 이상 후에 아재님께서 거친 숨을 내쉬며 도착하셔 버림 받은 설움을 토로하십니다.
    전화 받는 사이에 (이 전화는 쇼사마님이 출발을 독려하려 걸었던 걸로 판명) 팩이 출발해 버렸다는 겁니다.
    “먼저 가라 하셨습니다.” 라는 증언은 의사소통 오류였던 것입니다. 여튼 여기서 10분 지체.
    그런데, 이렇게 기다릴 거면 그렇게 페이스 올릴 필요가 없었네?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앗 그런데 또 하나 걱정거리가 떠오릅니다.
    강화인삼센터에서 조인하기로 한 분들은 점점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역시 지체 않고 달려야겠습니다.

    김포아우토반.
    때려 밟기에 딱 맞는 감동적인 구간이죠.
    오픈 신호 받자 열심히 밟아 보았으나, 역시 성냥개비만 태우고 BA는 실패. 결론을 알면서도 항상 이 짓을 합니다.
    오늘은 그린 저지를 입었으니까 시도해 볼만 했습니다.
    마주 오는 MTB가 좌측 통행을 하는 것 정도는 아주 가벼운 해프닝.


    김포에서 강화로 가는 공도 구간.
    역시나 차량이 좀 많습니다만, 2열로 질서 있게 갈만합니다. 순조로운 듯 보입니다.
    팅이라그님의 전조등이 발사되고 그것이 샤콘느 형님 다리를 맞은 후 실종된 것은 아주 아주 아주 사소한 해프닝.
    신호대기에서 출발하는 순간, ‘푸쉬쉭’ 소리가 들립니다.
    펑크임에 분명합니다. 쇼사마님의 펑크네요. 튜블러. 아 골치 아픈데.
    타이어 상태를 보니, 지금 터진 게 다행입니다.
    이것은 펑크가 아니라, 타이어가 닳아서 없어지기 직전입니다.
    “보통 타이어 한 번 갈면 1만 킬로씩 타는 거 아닌가요??”

    번짱 사수 실패

    그러나 괜찮습니다.
    우리에게는 코스의 설계자이신 봄날님께서 계시니까요.
    봄날님 믿고 번짱은 버리고 우리끼리 출발하도록 합니다.

    다시 열심히 달려, 차량들과 부대끼며 강화대교를 건넙니다.
    건너자마자 인삼센터가 보이는데… 합류하기로 한 일행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뿔싸, 초지인삼센터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입니다.
    강화에는 인삼센터가 두 개. 최근에 항상 초지에서 기다렸으니 그 쪽으로 간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초지에서 강화인삼센터까지 차로 20분.
    초코정님과 박사일기님을 기다리며 화기애애 담소 타임을 갖습니다.
    우리도 늦게 출발했으니 비긴 걸로 합니다.
    덤앤더머?막하막하?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2

    우여 곡절 끝에 이제 강화도 한 바퀴 돌기만 하면 됩니다.
    시간을 많이 지체했으니, 애초에 계획했던 코스의 수정은 불가피합니다.
    길을 잘 모르니 대충 짐작으로 이해합니다.
    아마도 교동도를 생략하기로 하신 모양입니다.
    ‘아 어쩌면 용서 받을 수도 있겠구나.’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이제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민통선을 통과하고 오른쪽 철책을 끼고 쭉 뻗은 길이 나옵니다.
    김포아우토반 찜쪄 먹는 때려 밟아라 구간이네요.
    한 번 와 본 구간이지만, 반대방향이었습니다.
    역시나 봄날님께서 오픈 신호를 주시고 다들 참지 못하고 성냥개비 태웁니다만.. 결론은 항상 같죠.
    침 좀 흘리면서 달리다 이제 좀 그마안~이라는 생각이 스쳐가는 순간 다행스럽게도 오픈 구간이 끝났습니다.


    그러나, 후미에서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두시맨님 쌍 펑크가 터졌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튜브를 누가 두 개를 들고 다니겠습니까.
    튜브를 들고 석수님께서 두시맨님께 내려갑니다.
    우리는 또 하하호호(데이빗의 하하호호와는 다릅니다) 담소 타임 시작됩니다.
    이렇게 하나 둘씩 사라지면, 나중에는 몇 명이 남는 걸까?
    공포 영화의 상투적인 시나리오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다행입니다. 클린처라 복구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더 기다리지 않고, 보급지에서 세팅해 놓고 기다리기로 합니다.

    교동도는 생략하지만, 교동도 입구의 편의점에서 보급을 하기로 합니다.
    역시나 강화도는 낙타등이 많습니다.
    다들 휴식 시간이 길어서 힘이 남으시는지, 달리는 동안에는 인터벌 치십니다.
    아… 좋습니다. 하하호호.
    팩에서 떨어지신 분들 몇 분 계시고, 봄날형님께서는 갈림길에 후미 담당을 남겨 두십니다.
    길이 좀 헷갈리는데 다들 제대로 합류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됩니다.
    편의점에서 보급하는 동안 너무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걱정이 현실이 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니다.
    그러나, 소님, 두시맨님, 석수님은 펑크를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복귀하셨습니다.
    길도 제대로 찾아 오셨습니다.
    참으로 개선군의 모습입니다.

    펑크 대처 성공

    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쇼사마님도 복귀하셨습니다.
    동생분의 차를 호출하시고 잠들어 있는 샵 사장님을 깨워 타이어 교체하신 겁니다.
    역시 개선군의 모습입니다.

    펑크 대처 성공 #2(?)

    역시 교동도는 생략하기로 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강화도 현지인의 자부심으로 고인돌 구경을 갑니다.
    큽니다. 신기합니다.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한 번짱님의 계획이었던 거 같습니다.

    고인돌을 뒤로 하고 시골길을 한참 달립니다.
    여기도 사진 흥벙을 위한 번짱님의 계획 구간인 듯 합니다.
    경치 좋고, 한적하고, 시골길 주제에 포장도 잘 돼 있습니다.
    사진 잘 나오는 구간입니다.

    고수는 포즈부터 다릅니다.

    번짱님은 사진찍기 의무에 충실하시고 어쩌다 보니 제가 선두가 됐습니다.
    ‘어라, 길 모르는데… 코스 파일하고 길도 다르네.. 어쩌지…’
    괜찮습니다. 바로 뒤에 봄날님께서 조종을 해 주십니다.
    ‘좌회전, 우회전, 다음 좌회전’

    한참 달리는데, 뭔가 순탄치 않은 것 같습니다.
    봄날님이 누군가와 열심히 통화를 하십니다.
    뒤돌아 보니, 팩 숫자가 줄어 있습니다.
    번짱님도 없네요. 하하하.
    이 길이 아니라고 외치시는데, 앞에서 못 들었던 겁니다.
    결국 조양방직 앞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우리의 하하호호 타임은 다시 시작 됐습니다.
    여기서도 한 10분 대기 후에 찢어진 그룹 합류합니다.
    마침 그 무리에 아재형님도 계시네요. 거친 숨 몰아 쉬시며,
    “나 오늘 두 번 버림 받았어!” 하십니다.
    번짱께서는,
    “자아 번짱 버리신 분들은 다 머리 박으세요~” 하십니다.
    머리 박는 거 대신 이 후기 쓰는 걸로 쇼부..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3, 번짱 사수 실패 #2

    그러나 괜찮습니다.
    우리 다시 다 모였으니까요.
    이제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고려산 넘고, 낙타등 넘습니다. 밥도 먹었지요.
    강화도 3대 카페는 지나쳐서 CU에서 대신했습니다.

    역시 중급이라고 흐르시는 분들 안 챙기더군요.
    저는 초급 마인드라 흐르시는 분들 계시면 스위핑하고 싶어 내려갔다 올라왔다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살짝 갭 벌어진 것도 좁히는 게 쉽지 않네요.
    프로 선수들 BA 치는 것도, 추격하는 것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10미터 정도 갭 벌어진 사이로 트럭이 들어오는 바람에 급브레이크를 잡아 석수님하고 추돌할 뻔 한 건 조금 큰 해프닝이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자린이 같습니다.
    뒤에 오는 사람 생각을 했어야 되는데, 손가락이 먼저 반응하고 아차 싶었습니다.

    복귀길은 비교적 순탄합니다.
    새하얗게 태우신 분 몇 분 계시지만, 그런 모습이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
    비가 올 거 같은데,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좀 빨리 가야겠습니다.

    저와 쇼사마님은 신정교에서 이탈해서 목감천을 타고 복귀합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많이 맞지 않았네요.
    ‘그래 비까지 맞으면 너무 잔혹하게 사건 사고가 많은 거지.’

    그러나, 쌍개울 복귀하시는 분들은 비 쫄딱 맞으셨더군요.
    완벽하게 다사다난한 라이딩이었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어느 분도 오늘 라이딩 후회하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라이딩은 언제나 즐거운 거니까요.

    오늘 라이딩 준비하신 쇼사마님 감사 드리고, 다사다난하고도 즐거운 라이딩 위해 애써 주신 모든 분들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아 참, 마지막으로… 최고 존엄께서는 관대하십니다.

  • 쌍욕을 들은 후의 심리 변화

    평소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자전거 출퇴근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이 많다. 하루 약 90분 운동하기 때문에 당연히 체력이 좋아지지만, 그보다는 정서적인 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사람에 치이거나 운전을 해서 교통 체증에 시달리거나, 출퇴근이 유쾌한 경험이기는 쉽지 않다. 반면에 자전거 출퇴근은 특히 퇴근길은 일에서의 스트레스를 땀흘리면서 풀기 때문에 이상적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봄이 오면서 자전거 도로가 복잡해지면 다양한 스트레스 요소가 나타난다. 대부분의 자전거 도로는 인도와 엄연히 구분 돼 있지만, 어떤 이는 그게 자전거 도로라고 생각을 못해서 자전거 도로로 산책을 하기도 한다. 또 어린 아이들 같은 경우는 갑자기 뛰어들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개들이 가장 스트레스 요소이다. 점점 개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 같은데, 목줄을 풀어 놓는 경우도 가끔 보고, 그렇지 않더라도 목줄을 길게 늘어 뜨리면 개들이 자전거 도로로 뛰어 드는 것은 흔한 일이다.
    어제 퇴근 길에는 황당하게도, 자전거 도로 양방향을 떡하니 막고 개 주인 둘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보통은 이런 경우 그냥 지나가야 되는데, 운동하는 과정에서 아드레날린이 솟을 때면 꼭 한 마디씩 학 게 된다.
    ‘길을 이렇게 막으면 어떡합니까? 아.. 씨.’ 라고 말했다. 뒤에 ‘아.. 씨..’는 안 했으면 좋았을텐데, 실수였다. 사실은 아무 말 안 하는 게 맞았다.
    그러고 지나가는데, ‘X발넘이..’ 라는 말이 돌아왔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무슨 상황이지라고 생각하다가. 클릿을 빼고 돌아 보며,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 라고 했더니,
    ‘너만 자전거 타냐?’ 라는 것이다.
    왜 욕을 하느냐고 항의를 했어야 되는데,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왜 길을 막았느냐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사실 내가 길을 멈춘 것은 쌍욕을 들었기 때문인데 말이다.
    그러고 나서 더 이상 대꾸 없이 가던 길 왔는데, 끝까지 기분이 좋지가 않다. 원래는 운동을 끝내고 기분 좋은 상태였어야 되는데, 분한 마음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다.
    왜 제대로 대꾸를 못했나? 왜 같이 쌍욕을 해 주지 그랬나?
    그렇지만 이내 거기서 같이 쌍욕을 하는 것은 내 입만 더러워지는 것이다라는 생각까지는 하게 되었다. 잘 참았다. 애초에 길막는 상황 자체에 대해 항의할 필요도 없었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바뀌는 게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지금 드는 생각은 다른 종류의 좌절감이다. 나라는 사람이 그릇이 작은 것에 대한 좌절감이다.
    정중하게 ‘왜 욕을 하십니까?’ 라고 대꾸했었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 게 이기는 건데, 아드레날린이 충만한 상태에서는 더군다나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아직 사람됨이 부족하다. 천성이 그릇이 작은 것이지만, 지향해야 될 바는 군자가 됨이어야 평균은 될 것 같다.

    결론은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남한 정도 되는 어느 정도 성숙한 사회에서는 도덕성이 가장 강력한 힘이다. 아직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되길 바란다. 나라도 그렇게 되자.

  • Don’t look up

     

    새로이 발견된 혜성이 지구를 향해 곧장 돌진하고 있는 위기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각계 각층의 인간 군상들의 행태를 풍자하는 아주 가벼운 블랙코메디이다.
    배경은 흔하디 흔한 ‘미국 만세’를 주제로한 헐리우드 영화와 판박이이지만 이야기의 진행, 영화의 분위기는 정반대이다. 영웅은 등장하지 않고 각자 자기 위치에서 저마다의 형편에 따라 각자의 뻘짓거리를 충실히 수행한다. 그런 면에서 인디펜던스 데이의 현실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적이라는 측면에서 씁쓸하다.
    영화는 나라를 운영한다는 의미의 ‘정치’보다는 ‘정치적이다’라는 표현에서 풍기는 ‘정치’를 비웃는다. 백악관의 대통령은 단 한 가지의 잣대만을 들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그것이 인류가 멸명할만한 일이더라도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긍정저인 것이다. 반대로 전 인류가 행복해진다고 하더라도 다음 선거에 불리하게 영향을 미친다면 나쁜 일이다.
    대의나 공공선, 어떤 가치보다 선거가 지상의 목표가 되는 현상은 대의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로 보편적인 현상이 아닌가 싶다. 모든 나라의 정치 상황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과 미국에서는 보편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대를 막론하고 관찰된다. 대학의 학생회 선거에서부터 대통령 선거에서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물론 신념을 갖고 일하는 정치인이 있을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신념만 가지고 선거에 이기는 것은 어림 없는 일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신념과 다른 말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전혀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친한 척 해야한다. 오히려 선거를 거치면서 도대체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오리무중이 돼 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영화는 정치인 뿐만 아니라 정치인을 추종하는 대중들을 비웃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포함하여) 인정하지 않을테지만, 정치적 성향은 종교적 신념과 유사하다. 아무리 이성적인 증거를 들이밀어도 믿고 싶지 않은 것은 믿지 않고 용서해주고 싶은 사람은 용서가 되고 나쁜 놈은 끝까지 나쁜 놈인 것이다. 영화에서는 트럼프 추종자를 연상시키는 대중들을 등장 시키는데, 그들은 무식한 집단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화에는 BASH라는 기업과 그 기업의 CEO가 등장한다. BASH는 아마도 개인정보를 가지고 머신러닝으로 무장하여 ‘나는 너희가 모르는 너희를 알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행태에서 페이스북이나 애플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 CEO는 대중들에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종교적인 추앙을 받는다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를 그린 듯 하고 오만한 성격은 머스크를 연상시키려는 것 같다.
    BASH는 대통령과 정부의 주요 의사 결정에 결정적이고 노골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최대 자금줄이기 때문에 서열 상 대통령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당연하게도 BASH의 논리는 경제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 BASH의 CEO는 스스로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최신 기술을 통해 너희에게 미래를 열어줄 메시아적인 존재로 자신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결국에 그의 논리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일 뿐이다.
    미디어에 대한 풍자도 빼놓지 않는다. 신문은 그나마 시작점에서는 사안을 가치관에 따라 판단을 하려는 듯 하나 결국에는 책임질 일은 하지 않고 발을 뺀다. TV는 아주 가볍기 그지 없고, 모든 것을 오락거리로 삼는다. 그것이 지구 멸망에 관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돌 커플의 결별 소식보다 중요한 사안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까,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정치인들은 평소 하던대로 다음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 인기 관리를 하고, 거대 기업은 평소 하던대로 최대한 돈을 벌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TV는 평소 하던대로 히히덕 거리며, 대중들은 평소 하던대로 휩쓸려 다닌다.
    결국에 멸망의 날이 왔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은 굳이 멸망의 날을 생각할 필요도 없다. 누가나 개인적으로는 소멸의 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언제인지 멀게만 느껴질 뿐이고, 너무 멀게 느껴지기 때문에 잊고 평소 하던대로 살고 있을 뿐이다. 만약에 매일 매일 내가 결국에 소멸하게 될 존재라는 것만 상기하더라도 삶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적고 나니 아주 가볍게만 볼 영화는 아니었다. Rotten tomato의 평론가 평점이 매우 좋지 않은데, 아마도 깊이가 없다는 점이 이유일 것 같다. 많이 배운 평론가가 아닌 입장에서 그리고 평소 휩쓸려 다니고 있는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다.